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승인을 거부하자 야권은 ‘권한대행 탄핵’ 추진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절차가 모호해 정치 공세의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분간 황 권한대행과 야권의 ‘강(强)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권한대행 탄핵 추진 가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4당은 이날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자 곧바로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새 특검법안 추진에 합의했다. 더 나아가 바른정당을 제외한 야3당은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인 것이 드러난 만큼 함께 탄핵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 연장이라는 국민 요구를 거부한 것 자체가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바른정당은 황 권한대행 탄핵에 대해선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정병국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황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는 백번 탄핵돼야 마땅하다”면서도 “황 권한대행의 탄핵과 관련해 법상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바른정당의 특성상 황 권한대행 탄핵까지 찬성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황 권한대행 탄핵론은 ‘우파의 노무현’으로 만들어 주는 황 권한대행 키워 주기”라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의 탄핵 요건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헌법 65조에 따르면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이 힘을 모으면 탄핵소추안 처리가 가능하다. 이 경우 헌법 71조에 의거해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대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만큼 대통령 탄핵 요건에 준해 재적 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탄핵안을 의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 개의조차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본회의가 열려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를 여야 합의 없이 직권 상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령 야권이 탄핵안을 의결하더라도 다시 헌재의 탄핵 심판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야당의 황 권한대행 탄핵 합의는 특검 연장 무산의 책임을 피하려는 야권의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내에서도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직무유기 직권남용”이라며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 공동책임자여서 그 전부터 (대통령과 함께) 탄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통령 직무를 대행해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에 탄핵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선(先)총리-후(後)탄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 황 권한대행 “특검 연장, 대선 영향 줄 수도”
앞서 황 권한대행은 홍권희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이 대독한 입장 발표문을 통해 특검 연장을 거부한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한 핵심 이유로는 “핵심 당사자와 관련자들에 대해 이미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는 점을 들었다. 특검의 수사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수사 기간 연장의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특검의 수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 (추가) 수사가 미진해 별도의 수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치권에서 협의해 새로운 특검 등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정치권에 공을 넘겼다. 또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고,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개월 동안 매 주말 도심에서 대규모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권도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 등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민정수석실과 관련 부처의 법리적인 검토 결과를 보고받고 지난 주말 내내 발표문을 다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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