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총량이 줄어서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기회와 자원을 특정 소수가 지나치게 독점해서 생긴 문제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1일 방송된 채널A-동아일보 특집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해 청년 문제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며 한 말이다. 이 시장은 “국가가 연 2조 원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고 있지만 청년 여러분이 개선되는 걸 느끼나”라고 반문하며 획기적인 청년 일자리 정책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 52시간 법정근로시간을 지키면 새 일자리가 최소 33만 개 생긴다”며 근무시간 준수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노동경찰 1만 명 배치’를 통한 근로감독관 확대를 주문했다. 30만 의무병 가운데 10만 명을 모병제로 선발해 전투, 무기, 장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마트 강군’으로 배치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5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편이 방송되고 9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편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 “문재인보다 안희정이 더 좋아, 약자이기에”
이 시장은 여야 대선주자들에 대한 질문에 특유의 사이다 답변으로 솔직하게 말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해 이 시장은 “최근 무죄판결 받으셨는데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네면서 “그야말로 도널드 트럼프에 가까운 사람이고, 저는 자연스럽게 버니 샌더스 정도로 위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료원(진주의료원)을 폐쇄해 (저의) 전국적인 지명도를 올리는 데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성남에 공공의료원을 세우는 시민운동을 펼치다 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과 안희정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에는 “안희정이 더 좋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보다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겉보기론 문 전 대표의 경선 승리가 예상되지만 저류를 보면 내가 이길 것”이라고 했다.
‘복역 중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을 노동부 장관에 임명하겠다’고 한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그는 “그야말로 노동자들에게 애정을 갖고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예로 든 것이다”라며 “검찰총장(후보)에 윤석열 특검 수석파견검사를 얘기했던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세금 내면 나에게도 혜택 있다는 확신 줘야”
이재명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송곳 검증이 이어졌다. 이 시장은 “기본소득을 최종적으로 1인당 월 50만 원까지 지급하는 게 목표다”며 “월 2만5000원부터 시작해서 5만 원으로, 10만 원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어가며 실현 가능한 파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층에게는 고맙기는 한데 꼭 받아야 하나’라는 패널의 질문에 “복지의 역설이 있는데, 어려운 사람만 지원한다고 하면 잘될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며 “(복지비용은)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부담하는데, 어려운 사람만 지원하면 아까워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에서 제외되는) 고소득 자산가를 골라내려고 했지만 더 비용이 컸다”며 “결국 세금을 내면 ‘나에게도 혜택이 있구나’라는 확신을 줘야 ‘중부담 중복지’를 넘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고부담 고복지’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3·1절을 맞아 이 시장은 보훈 대상자와 유족 85만 명에게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보훈배당을 공약했다.
이 시장은 ‘분배만 있고 성장 정책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재분배를 통해 국민 가처분소득을 늘림으로써 구매력을 늘리고, 경제순환을 하게 하는 것이 새로 가야 할 경제정책”이라고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 “복지재원 SOC 투자 줄이고 토지세 법인세 인상”
이 시장은 복지 재원 마련을 자신했다. 올해 예산 400조 원 중 국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이 142조 원인데, 토목사업 지원금과 대기업 연구개발(R&D) 지원금 등에서 예산을 감축하면 가능하다는 것. 성남시정을 하면서 가로등 보수 예산을 25%(약 78억 원)씩 줄여 봤더니 그 다음 해에 딱 그만큼 덜 고장이 났고, 이런 방식으로 3년 6개월 만에 약 4000억 원의 현금 부채를 청산하고 아낀 예산으로 복지를 진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토지세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이 시장은 “국민은 시세의 2%가량 자동차세를 내는데 토지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으면서도 세금은 0.1%에 불과하다”며 “토지에 자동차세의 5분의 1만 보유세를 부과하면 약 15조 원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 그는 “대기업 증세를 통해 국민 전체에 이익을 늘리게 하는 것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성장 방침”이라며 “대기업에 왜 면세점 (사업권을) 주는가. 중소기업연합체에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을 비판하는데 대기업 주식에 많이 투자했다’는 지적에 이 시장은 “대기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경쟁력으로 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더 이익을 보지 않겠나”라고 해명했다.
○ “제 꿈은 대통령 아닌 좋은 세상 만드는 것”
이 시장은 ‘대통령 당선과 북핵 포기 중 어떤 것이 더 좋나’란 질문에는 주저 없이 “김정은의 핵 포기”라고 답했다. 그는 “제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다. 단 하나의 꿈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세상을 만드는 도구로써 시장보다 대통령직이 유용한 도구라 생각해 출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핵개발 속도가 느렸던 건 사실”이라며 “(북핵 포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힘든 일을 해 나가고 길을 만드는 사람이 국가 지도자”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합리적 논쟁의 결과로 국민이 동의한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설득하면 반대 여론이 더 많이 나오게 할 자신도 있다”며 반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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