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을 ‘전 세계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조속한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과 정권 교체 등을 포함한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 시간)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방송(WCPO)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이 방송사를 포함해 일부 지역 방송 기자와 만찬을 하면서 “북한은 전 세계적인 위협이고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북한 문제를 조속히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우리는 그(김정은)가 한 일에 매우 화가 났다(very angry)”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북핵 위협을 거론하려 했으나 국내 이슈에 집중하기 위해 막판에 원고에서 북한 문제 언급 부분을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와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북핵 문제는 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차별화하는 새로운 대북정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2인자인 캐슬린 맥팔랜드 부보좌관이 2주 전 정부 관계자들을 소집해 이전 행정부에서 논의되지 않은, ‘주류에서 벗어난’ 의견까지 포함한 다양한 대북 방안을 제시하도록 지시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선제타격 등 북한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안을 비롯해 김정은 정권 교체 가능성,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군사적 조치는 사실상 배제한 채 유엔 등 국제사회 주도의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병행하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문은 또 최근 미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대북 전략에 군사적 조치를 포함시킬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 당시 미 관리들이 대북 옵션에 군사적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고, 일본 측은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대북 강경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강도 높은 대북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9년 만에 재지정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도 대북 강경 드라이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함께 북-미 대화론을 제기해 온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25일자 사설에서 “국제 규범을 심각하게 어긴 김정은에 대해 보상이 아닌 처벌을 해야 한다.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NSC는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끝나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상반기에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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