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의류타운 등 ‘중국발 한파’… 단체관광객 롯데월드 일정 빼기도
상인들 “여행사 안오면 더 큰 충격”
“지난해 초엔 하루에 고기 100kg을 준비해도 다 팔렸어요. 점차 60kg까지 줄였는데 이젠 더 줄여야겠네요.”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고깃집 주인 신모 씨(38)는 텅 빈 식당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하던 테이블은 비었다.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매출이 40% 넘게 줄었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생 14명 가운데 반을 내보냈어요. 이 비싼 명동 땅 임차료는 또 어쩝니까.” 신 씨의 시름은 깊어 보였다.
전날 중국 정부가 베이징(北京)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내린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는 중국인 관광객이 점차 줄고 있던 관광시장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상인들은 “이미 작년부터 매출이 반 토막”이라며 “이번 조치로 중국인 손님이 더 줄면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저기서 중국어가 들리던 동대문 패션타운 일대도 6∼7개월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도 중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전세 관광버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성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양모 씨(23·여)는 “3월이 되면 날씨가 풀려 손님이 느는데, 중국 정부 조치 때문인지 주말을 앞둔 금요일인데도 어제보다 손님이 없다”며 울상이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와 화장품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면세업계에서는 손님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을 60∼70%로 본다. 국내 화장품업체는 면세점을 통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동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유명 건물에 입주한 한 화장품 매장은 지난해 사드 배치 논란 이전에 비해 매출이 40%로 떨어졌다. 한때 하루에 중국인이 1만 명 이상 방문해 화장품을 싹쓸이해 가기도 했던 곳이다. 매장 매니저 이모 씨(24)는 “아르바이트생 무급휴가를 더 보내야 할 것 같다. 중국에서 세게 나오는데, 우리 정부도 대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롯데그룹 면세점은 중국의 보복 조치 하루 만에 영향이 나타났다. 한 직원은 “단체 관광객들이 사드 배치 때문에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일정에서 빼버리자고 해 오늘 갑자기 방문이 취소된 곳도 있다”고 전했다. 면세점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후사사(胡莎莎·28) 씨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을 대변해 그 정도 조치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숙소와 가까운 롯데면세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당국 제재의 영향을 크게 받는 단체 관광객보다 ‘싼커(散客)’라 불리는 개별 여행객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별 예약으로 한국에 오는 싼커에게 중국 조치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관광업계는 베이징 여행사뿐 아니라 일부 중국 온라인 여행 사이트들까지도 한국행 관광 제한 지침을 하달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별 관광객의 항공권 및 호텔 예약을 단순 중개하는 것도 당국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찾는 단체 및 개별 관광객을 전체의 70% 정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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