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간부들과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 총장이 통화 당사자에게 다시 우 전 수석의 비리 혐의 등 국정 농단 사건 수사를 맡겨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 총장은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넘겨받은 사건을 지난해 말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다시 수사하도록 했다. 이 지검장이 지난해 10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온 직후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7∼10월 김 총장 자신을 비롯해 검찰 수뇌부가 우 전 수석과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김 총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다.
○ 민정수석실, 검찰 수사팀 전방위 접촉
특검은 민정수석실 핵심 관계자가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팀 간부들과 수시로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우 전 수석뿐 아니라 민정수석실이 조직적으로 검찰의 국정 농단 사건 수사 상황을 알아보려고 전방위 접촉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실 핵심 관계자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된 한 검찰 간부는 “청와대 압수수색 문제로 통화했을 뿐 부적절한 대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국정 농단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인 이 지검장도 우 전 수석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문제가 될 만한 대화는 없었다”고 김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은 우 전 수석이 통화 당시 청와대 다른 수석비서관들과 최 씨의 태블릿PC 보도 대응 방안을 논의하다 이 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검찰의 태블릿PC 조사 상황을 전해 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장도 이런 정황 때문에 막판까지 특별수사본부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문제를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본부가 가동된 뒤 우 전 수석과의 새로운 유착 의혹이 제기될 경우 수사 자체가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새로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 전 수석과 통화를 한 검찰 간부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제외할 경우 수사팀 구성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이 지검장이 아닌 다른 검찰 간부에게 특별수사본부를 맡길 경우 검찰 수뇌부 스스로 지난해 특별수사본부가 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 박영수 특검, 검찰에 ‘우병우 구속’ 압박
박영수 특검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검찰을 향해 사실상 우 전 수석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조금 보완해서 법원에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를 잘할 것이고 또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또 박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 비리나 세월호 수사 외압은 솔직히 혐의가 인정되지만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어서 수사하지 못했다”며 “검찰은 수사 대상에 제한이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특검의 우 전 수석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검찰이 보강 수사를 거쳐 우 전 수석을 구속하지 못하면 수사 의지를 의심받을 것이라는 압박이다.
이에 검찰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 구속에 실패한 특검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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