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재 선고 앞둔 여야, ‘對국민 설득 주간’ 선언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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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번 주말 나올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한국 정치사를 헌재 결정 이전과 이후로 나눌 분기점이다. 헌재 결정 이후에도 극심한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헌정사는 몇십 년 전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

당장 오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3개월의 국정 농단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박 대통령 측은 벌써부터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특검의 여론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르면 내일 헌재는 탄핵심판 선고 일정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10일이 유력하지만 13일로 넘어갈 수도 있다. 4일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선 “선고 당일 아침부터 헌재로 모여 달라”는 총동원령이 나왔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촛불과 태극기 양 진영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엔 만일의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불의에 맞선 뜨거운 분노’나 ‘나라 살릴 격정적 애국심’이 반드시 둘이 아닐진대, 양측의 말은 더욱 거칠어질 뿐이다. 이미 자신들의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각각 ‘혁명’과 ‘아스팔트의 피’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이라면, 특히 지도층이라면 살얼음판 걷듯 언행 하나하나에 조심해야 할 때다.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하거나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통령은 오늘의 사태를 낳은 당사자로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겸허하게 수용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기 바란다. 여야 정치권도 이번 주를 ‘대국민 설득 주간’으로 삼고 어느 쪽이든 불복 여론을 자극하는 언사를 자제해야 한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어제 광주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을 두 동강으로 절단 내고 본인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독설을 날린 것은 가뜩이나 성난 태극기 세력을 더욱 격렬하게 만들 뿐이다. 적어도 ‘친박(친박근혜)의 좌장’ 소리를 들었던 김 의원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정치인들은 최소한 헌재 선고 이후 집회엔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헌재 결정을 마치 자신이 싸워 획득한 전리품인 것처럼 선전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그 역풍은 고스란히 자기 몫이 될 것이다. 대선 주자들도 선고 이후야말로 광장의 국민뿐만 아니라 광장에 나가지 않은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진정 통합의 지도자가 누구인지 평가받는 시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대국민 설득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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