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거리미사일을 쏜 6일 밤 전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을 보면 어느 나라 정당인지 의구심이 든다. 추미애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밀리에 한밤중에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사드가 마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만능 무기인 것처럼 페이크(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미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데 대해 존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사드는 한국과 일본의 국가안보 문제”라고 딱 잘라 말했다. 누가 한국을 대변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민주당은 유력 대선 주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집권 가능성이 큰 정당이다. 그럼에도 사드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경직된 안보 인식 때문에 흔쾌히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판이다.
지지율 1위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다음 정부의 외교적 운신 폭을 아주 좁혀서 우리 안보와 경제 등 국익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드 문제를 놓고 처음엔 재검토에서 공론화로, 다시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문 전 대표의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용어를 쓰기는 하지만, 사드 배치를 끝까지 반대하는 문 전 대표의 태도에 궁금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지지그룹만 잡으면 대선에서 무난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인가. 한미동맹보다는 친중반미(親中反美)의 운동권 사고방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주한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가능한 한 일찍 환수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나 북핵의 돈줄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발언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어제 사드 배치의 국회 비준을 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설득력 없는 억지다. 사드 용지와 맞교환하는 경기 남양주시 내 군용지의 땅값이 890억 원으로 국가재정에 부담이 돼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용지 제공은 이미 국회 동의를 얻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이다. 매번 방어무기를 들여올 때마다 비준을 받아야 한다면 우리를 안보 무방비 상태로 놔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안보 불안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강정책에선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해 놓고도 실제 하는 일을 보면 ‘중국정부 2중대’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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