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청구) 각하 외엔 없어! 10일이 아니라 이달 말일까지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죽쳐야 합니다. 누구도 집에 가면 안 됩니다.”
8일 오후 6시경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10일 오전 11시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주변은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격앙된 목소리로 들끓었다. 탄핵 반대 시위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탄핵 각하, 조작선동 탄핵, 국민은 웁니다’ ‘계엄령이 답’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종일 시위를 벌였다.
경찰청은 탄핵심판 선고 당일인 10일 헌재 선고에 불복한 대규모 과격시위가 벌어질 것에 대비해 서울지역에 가장 높은 비상 단계인 갑호비상령을 발령했다.
○ “3박 4일 동안 집회” 헌재 압박
헌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앞에서는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등 탄핵 반대 시위대 10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정광용 탄기국 공동대표는 “오늘 우리는 길바닥에서 잡니다”라고 외치자 참가자들은 “죽을 때까지 합시다”라고 화답했다. 이들은 간간이 탄핵에 찬성하며 항의하는 행인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시위에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헌법재판관 6명이 (탄핵) 인용하도록 모으긴 힘들다”며 “우리가 이긴다”고 주장했다. 탄기국은 8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11일까지 이어지는 ‘3박 4일 집회’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도 장외 여론전에 합세했다. 이날 오전 11시 김평우 변호사(72)는 헌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인 재판관은 ‘불임(不姙) 재판부’”라고 비난했다. 그는 헌재 판결에 불복할지에 대해서는 “미래의 일은 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 “인용되면 죽창 들 것” 과격 발언
헌재를 향한 과격 발언도 쏟아졌다. 손옥선 행주치마의병대 파주시 의병대장(56·여)은 “불법적 탄핵이 용인된다면 죽창이 등장해 피의 항전이 전개될 것” “헌재는 들어라. 역전의 용사들이 피를 흘리기 전에 헌법으로 반란군을 진압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읽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한 손에 쥔 70대 여성은 “대통령님 탄핵되면 헌재 앞에서 자결할 것”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 40분경에는 탄기국 측이 현장에 스티로폼 반입을 시도하다가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탄기국 사무총장 민모 씨를 체포했다.
탄핵 반대 측의 과열 움직임에 대해 국회 소추위원단 관계자는 “탄핵이 인용될 것 같으니 그러는 것 아니겠나. 우리는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 찬성 단체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9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헌재 쪽으로 행진한다. 선고일인 10일에는 오전 9시에 헌재 앞에 모인 뒤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연다.
○ 경찰 ‘불복 시위’ 대비 경계 강화
경찰은 선고일인 1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갑호비상령을, 그 외 지방경찰청에 바로 아래 단계인 을호비상령을 발령한다. 갑호비상령이 발령되면 경찰은 모든 휴가를 중단하고 가용 경찰 병력 100%를 동원한다. 11일부터는 서울경찰청은 을호비상령, 그 외 지방청은 경계강화로 비상등급을 낮추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회시위 등 상황에 따라 비상등급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이제정)는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가 보수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낸 집회·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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