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반입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을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군사는 물론이고 정치, 외교, 경제 분야를 망라한 트럼프식 북핵 압박 속도전이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강경 조치를 유보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드 배치 공개 하루 만인 7일 중국 정보통신기업 ZTE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 결정을 내린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경제 제재와 수출통제법을 무시하는 나라들은 가장 혹독한 결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3월 ZTE에 대한 벌금 결정을 내린 뒤 ZTE가 반발하자 6월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후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 대중 압박 효과가 가장 클 때를 기다려 꺼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들 수 있는 후속 카드로는 △지난해 북한과의 불법 거래 의혹을 받은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벌금형 부과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전면 시행 △환율조작국 지정 △덤핑 등 보호무역 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 국무부가 렉스 틸러슨 장관의 한중일 방문 일정을 이날 확정해 공개한 것도 본격적인 북핵 압박 외교를 천명한 것이다. 일본, 한국을 거쳐 한미일 3각 공조를 다진 뒤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해 북핵, 사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순방 자체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며 “북핵을 다룰 새로운 방식,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에 그동안 진행했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를 갖고 올 수도 있다”고 말해 트럼프 행정부가 틸러슨 순방 직후 대북 구상을 공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벨기에 본부가 이날 북한 은행 3곳을 국제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시킨 것도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북한을 SWIFT에서 퇴출해 평양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옥죄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12년 이란에 경제제재를 하면서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한 30개 은행을 SWIFT에서 퇴출시킨 바 있다. 석유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이란은 미국과 대화를 시작했다.
미 의회도 사드 배치 등 북핵 대처만큼은 트럼프 행정부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드는 오로지 중국이 지난 몇십 년 동안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방조해서 필요해진 것”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정말 우려한다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도 성명에서 “중국이 정말로 무기 경쟁에 대해 우려한다면 그들은 오래전부터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설득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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