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날 서울 삼성동 사저로 이동하지 않는다고 밝힌 가운데,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은 “청와대를 속히 떠나라”고 압박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보여 온 수사방해 행태를 볼 때 대통령기록물과 청와대 비서실의 기록물을 훼손하거나 은닉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서실 공직자들은 대통령 기록물에 손대지 말고 속히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장 대변인은 “탄핵결정은 되었으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는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을 뿐”이라며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지 못해 국정농단 범죄의 증거는 청와대 내부에 방치되어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비서실 공직자 중 그 누구도 국정농단 관련 증거를 은폐 또는 훼손을 시도한다면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며 “특검의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소추 특권이 소멸된 이상 즉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도 조속히 잡고 강제수사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범죄자들에 대한 일벌백계만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불행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도 브리핑을 통해 “오늘 청와대를 나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헌재 판결에 불복의 모습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에 머무를 자격을 잃었다. 원칙대로라면 즉각 퇴거가 마땅하다”며 “만일 준비가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퇴거계획을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하루빨리 청와대를 걸어 나오길 바란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을 위한 ‘위장 벙커’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의 묵묵부답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까지 저버리는 행위다. 국정파단의 당사자로서 너무도 무책임하다”라며 국민에 대한 사죄를 촉구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삼성동 상황 때문에 오늘 이동하지 못한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관저에 있게 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이날 오후 3시께 경호실과 총무비서관실 인원을 삼성동 사저로 보내 경호와 난방 시설 등을 점검했지만, 사저에 마땅한 경호시설이 없고 당장 거처를 옮길 준비가 돼있지 않아 일단 관저 체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에 대한 시설 보완이 이뤄지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말에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동 사저는 박 전 대통령이 1991년부터 대통령 취임을 위해 청와대로 떠난 2013년까지 23년간 살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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