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도착뒤 ‘사드 영향’ 한명도 안내려… 대기중이던 전세버스 80대 ‘허탕’
4시간뒤 日 후쿠오카로 떠나
올해 5척 157회 제주기항 계획 취소
“전세버스를 80대나 동원했는데 예고도 없이 안 내리면 어떡합니까. 기름값 날리고 운전사들도 하루 완전히 공쳤습니다.”
제주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12일 분통을 터뜨렸다. 전날 국제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온 중국인 관광객 3400여 명의 하선 거부 사태 탓이다. 입국 수속 등 출입국과 통관 검역 절차를 위해 대기하던 공무원들과 제주항 외항을 관리하는 해운조합 등도 한마디 예고 없이 발생한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이들을 기다리던 면세점 등 제주 지역 유통업체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국제 크루즈 여객선인 코스타 세레나호(11만4000t급)가 제주항 외항에 접안한 건 11일 오후 1시경. 앞서 배는 10일 오후 6시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했다. 크루즈선에는 관광객 3459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에 도착한 뒤 단 한 명도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제주를 향할 때까지 아무 통보도 없다가 접안 후 현지 여행사 측이 하선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루즈선은 4시간 동안 머물다 일본 후쿠오카(福岡)로 출발했다.
크루즈선 승객 일부가 개인 사정 등으로 내리지 않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전체 승객이 하선을 취소한 건 1990년대 말 국제 크루즈선의 첫 제주 기항 후 처음이다. 지역 관광업계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자국 정부의 눈치를 본 중국 기업이 직원들에게 하선 거부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크루즈선은 10개 선사 25척.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은 120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보복성 여행 제한 조치’에 따라 이번 코스타 세레나호를 비롯해 코스타 아틀란티카호(8만5000t급), 차이니스 타이산호(2만2400t급), 코스타 포츠나호(10만2000t급), 스카이시 골든에라호(7만2000t급) 등 크루즈선 5척이 12월까지 제주 기항 157회를 취소했다. 당초 올해 제주에는 20개 선사가 28척의 크루즈를 총 703회 기항할 예정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출항하는 크루즈선이 97%다.
중국인 관광객의 하선 거부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우리도 입항 금지하라” “중국인 안 와서 제주가 깨끗해졌다” “취소위약금 받아내고 규정대로 하자” 등 항의 댓글을 잇달아 올렸다. 한편 정부는 경영난이 우려되는 관광 여행 숙박 운송업 등의 중소기업에 정책자금 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관련 중소기업의 기존 대출을 최대 1년간 만기 연장해주고 원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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