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레이스 초반 주변 인사들의 잇따른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렀다. 문 전 대표 측은 구설에 오른 당사자들을 즉각적으로 인사 조치하며 파문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또 다른 돌발 사태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손혜원 의원이 9일 한 인터넷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노 전 대통령이) 계산한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손 의원은 캠프 홍보부본부장 자리에서 사퇴했다. 문 전 대표는 “어젯밤(12일) 본인으로 하여금 사과하고, 사퇴하게 해서 신속하게 책임을 물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의 구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 여성위원장에 당선된 양향자 최고위원은 6일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관련 단체인 ‘반올림’을 두고 “전문 시위꾼”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런 설화들은 노 전 대통령, 노조, 5·18 유가족 등 야권의 지지 기반과 직접 맞닿아 있는 예민한 사안들이다. 이에 문 전 대표 측은 주변 인사들의 돌발 행동 차단을 위해 캠프 관련 인사들의 인터넷 방송 출연도 잠정 금지시켰다.
특히 이날 문 전 대표 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된 ‘문재인 치매설’을 언급한 글 때문에 발끈했다. 캠프는 최초 유포자 등을 처벌해 달라며 이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캠프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악의적으로 조작된 이른바 ‘문재인 치매설’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끝까지 추적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치매 의심 증상 8가지’라는 제목의 이 글은 국민의당 모 의원의 보좌관이 SNS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에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1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은 문 전 대표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며 방명록에 서명하면서 ‘2017년 4월 10일’로 날짜를 잘못 적는 등의 단순 실수들을 모아 놓고 치매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어 대선 주자의 건강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또 문 전 대표가 이달 3일 CBS 라디오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합동토론회’에서 발언 순서와 좌석 배치를 정하는 ‘사다리 타기’ 게임을 하면서 사다리를 잘 타지 못해 사회자 도움을 받은 일도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된 만큼 이르면 19일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으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다. 세 과시 목적의 대규모 행사는 생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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