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어제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같은 날 김관용 경북지사도 출사표를 냈다. 지금까지 한국당에서 출마 선언을 한 사람은 원유철 안상수 조경태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 총 9명이다. 출마를 고민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18일 출마 선언 예정인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합치면 예비주자만 11명이다. 정당 지지율 11%(한국갤럽 3월 7∼9일 조사) 당에서 지지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주자들이 너도나도 숟가락이라도 얹겠다고 달려드는 형국이다.
지금은 실감나지 않지만 한국당은 집권 여당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을 제어하기는커녕 수직적 관계 속에 안주한 친박(친박근혜) 세력은 물론이고 친박의 눈치를 보며 당 체질 개혁에 실패한 한국당 의원들은 폐족(廢族·벼슬할 수 없는 족속)을 자처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석고대죄는 고사하고 대선 출마 선언이 무더기로 쏟아지니 ‘친박 좀비정당’ 소리를 듣는 것이다. 대권은 가망 없어도 당내 입지 확보라도 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인가.
이 와중에 당 지도부는 예비경선과 본경선 모두 100%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고, 본경선 여론조사 시작(29일) 전까지 후보자 추가등록이 가능하도록 특례조항까지 만들었다. 지지율 높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본선에 직행할 수 있게 한 ‘새치기 경선 룰’이라고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배해 대통령이 탄핵 당한 정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마저 당원주권주의를 외면하고 편법을 쓰겠다는 얘기다.
한국당이 헛된 생각에 머물지 않도록 황 권한대행이라도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선 대통령선거일 지정이 시급하다는데도 황 권한대행은 어제 국무회의에 대선일 지정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황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가 ‘어디 기댈 데가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한국당을 더 휘청거리게 한다. 이제라도 한국당이 사는 길은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수구보수 친박과 단호하게 절연하는 것이다.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떻게 하면 보수 정치가 재기할지를 고민하는 게 그나마 국민을 덜 실망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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