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드 보복 심각’ 판단… 中기업 제재 카드로 압박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美中 4월 정상회담]트럼프-시진핑 첫 회담, 뭘 논의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요동치는 세계 질서의 방향을 가를 미중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점증하는 북핵 위협과 이로 인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구체적인 담판이 기대된다.

트럼프는 이르면 이달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북 구상안을 협상 테이블에 깔고 시 주석을 압박할 수도 있다. 특히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흔들며 시 주석의 대북 제재 이행 의지를 떠볼 공산이 크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이 13일 브리핑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이 (18, 19일) 중국을 방문해 사드와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MQ-1C)’의 한반도 최초 배치에 대해 분명히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시 주석에게 직접 설명할 방침을 예고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대한(對韓) 보복 행태는 사드의 순조로운 한반도 배치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는 게 미 행정부의 판단이다. 시 주석은 사드가 배치되면 미중 간 핵 균형이 무너진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사드 갈등의 근본 원인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를 둘러싼 회담 결과는 한국의 조기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사드 배치를 밀어붙일 경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사드 조기 배치에 부정적인 주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대선에서 최근 한국 행정부에 있던 사람들과는 (사드 배치에 대해 의견이) 다른 후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정치적인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양국 간 무역 이슈도 핵심 현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고 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철강 등 중국산 제품에 최고 45%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마침 미 재무부는 정상회담이 열리는 다음 달 환율조작국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다만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최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미중 간 아시아 패권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만큼 의미 있는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밖에 트럼프가 “지구상에서 박멸하겠다”고 공언해 온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 연합군 문제, 오바마 정부에서 미중 간 합의했으나 트럼프는 반대하는 기후변화 협약 등 글로벌 이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2의 백악관’으로 여기는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시 주석을 초청하는 것은 세계의 주도권을 두고 대립하는 주요 2개국(G2) 간의 회담이 주는 긴장감과 무게감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후 총 8번의 주말을 보내며 본인 소유의 이 리조트를 4번이나 방문할 정도로 애착을 나타냈다.

트럼프는 취임 후 총 5명의 외국 정상과 만나며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지만 지난달 방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만 이 리조트에 초대해 두 차례나 골프 회동을 했다. 아베 총리와는 달리 시 주석은 골프를 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마러라고 리조트 회원만 접근할 수 있는 해변이나 리조트 내 정원에서 산책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시 주석과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 휴양지에서 처음 만나 연출했던 장면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과 같은) 여유 있는 분위기에서 ‘짧은 소매 회담’과 비슷한 비공식 회담을 시 주석에게 제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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