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최순실 국정농단 알았으면 권총 들고 靑에 들어갔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8일 03시 00분


남재준 前국정원장 무소속 대선 출마


“군인은 죽든가 살든가 하나다. 장수는 집을 떠날 때 가족을 잊고, 전쟁터에 도착할 때 승패를 잊는다. 결과는 관심 없다.”

박근혜 정부 첫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남재준 전 원장(73·사진)이 17일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지율이나 득표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뜻이다.

남 전 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우리나라 주변은 구한말 조선 망국 당시 상황하고 똑같고, 국내 상황은 월남 패망 전보다 더 심각하다”며 “자신을 버려서라도 나라를 구하려고 했던 이순신 장군의 절박한 심정으로 대한민국을 파멸로 끌고 갈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2, 3년 내 북한의 핵 실전배치가 예상되는데도 일부 대선 주자들은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주장한다”며 “이는 국제 공조체제를 우리가 선도적으로 해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사 25기 출신의 남 전 원장은 군인 정신이 뚜렷하고 원칙에 충실해 ‘육사 생도(生徒) 3학년’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지만 재임 기간 정권 실세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으며 이후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국방·안보분야 특보로 활동하다 첫 국정원장으로 발탁됐다. 2013년 당시 국정원장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논란을 불러온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장 취임 1년여 만인 2014년 5월 전격 교체됐다. 당시 비선(秘線)과 문고리 권력을 조사하다가 경질됐다는 의혹이 이후 제기되기도 했다.

남 전 원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해 “내가 있을 때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 책임론에 대해 “모든 게 국정원 탓이라고 한다. (국정원의) 손발도 꽁꽁 묶어 놓았으면서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앞서 한 월간지 인터뷰에선 “내가 최순실을 알았으면 권총이라도 들고 청와대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정 정당에 입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가 정치”라는 말로 대신했다.

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 기자
#남재준#대선#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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