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실밖 고성 새나온 노태우… 신문조서 3시간 살핀 노무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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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두 대통령의 검찰조사 비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은 노태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다. 두 노 전 대통령의 사례를 짚어보면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와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예상할 수 있다.

○ ‘첫 검찰 소환’ 전직 대통령 노태우

1995년 11월 1일 오전 9시 45분 대검찰청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노태우 전 대통령.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다가 “한 말씀만 해 달라”는 취재진의 거듭된 요청에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그는 재임 중 비자금 5000억 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김유후 변호사(전 대통령사정수석비서관)와 함께 7층 중수부장실로 올라간 노 전 대통령에게 안강민 중수부장과 이정수 수사기획관이 대추차를 내놨다. 13분가량 이어진 티타임에서 안 중수부장은 “나라를 위해 깊이 생각하시고 결심하셔서 혼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조사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고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오전 10시경부터 대검 11층 서쪽 복도 끝 중수부 VIP 특별조사실(특조실)에서 조사가 시작됐다. 주임검사인 문영호 중수2과장과 김진태 검사의 질문은 직선적이고 날카로왔다. 노 전 대통령은 반발했다. 조사실 밖으로 고성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문 과장이 “5000억 원의 비자금 조성 과정을 상세히 밝혀 달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일국의 대통령으로 5년간 국정을 운영한 사람한테 어떻게 그런 실무적인 부분을 일일이 기억해서 얘기하라고 요구하느냐”고 따졌다. 노 전 대통령은 점심으로 서울 강남의 한 일식당에서 만든 생선회 도시락을 먹었다.

조사는 16시간 동안 이어져 다음 날 오전 2시 20분경 끝났다. 검찰은 2주 뒤 노 전 대통령을 재소환해 밤샘 조사한 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에 앞서 대검 청사를 나서며 “여러분 가슴에 안고 있는 불신 그리고 갈등, 이 모두 내가 안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 ‘360km 이동’ 노무현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출석했다.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조사 장소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까지는 360km. 검찰은 헬기로 이동할 것을 권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거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실이 준비한 42인승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경호실 차량 2대가 에스코트를 했다. 또 사복 경찰관 20여 명이 탄 미니버스와 순찰차 2대가 따라붙었다. 버스는 출발한 지 5시간 17분 만인 오후 1시 20분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청사 본관 앞에 내린 노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멈춰 선 뒤 “면목 없습니다”라는 한마디만 하고 바로 청사로 들어갔다.

조사는 대검 중앙수사부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이뤄졌다. 주임검사인 우병우 중수1과장(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혐의별 담당 검사 3명이 돌아가며 질문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전해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변호인 자격으로 동석했다. 판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 내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가족과 측근이 돈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경 노 전 대통령은 조사실 옆 대기실에서 수행 참모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메뉴는 대검 인근 식당에서 배달해온 곰탕이었다.

조사는 오후 11시 20분까지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A4용지 80여 쪽 분량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3시간 가까이 꼼꼼히 검토한 뒤 이튿날 오전 2시 10분경 서명 날인했다. 이인규 중수부장이 조사실에 들러 “고생하셨다”고 인사했고, 노 전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청사 밖으로 나온 노 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최선을 다해 (조사를) 받았습니다”라고 말한 뒤 봉하마을로 향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노태우#노무현#검찰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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