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 친문 vs 친안…‘치열한 신경전’ 충청권 민주 경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15시 46분


29일 낮 더불어민주당 충청권역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홈구장인 이곳은 이날 민주당 지지자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지지자들은 체육관 자리를 잡는 것에서부터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였다.

27일 호남 경선에서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 시장의 지지자들이 좌석을 3등분해 자리한 것과 달리 이날은 체육관의 절반가량을 안 지사의 지지자들이 선점하며 세(勢)를 과시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 측은 나머지 절반의 좌석에 나눠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안방에서 경선을 치르는 안 지사 측 지지자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응원가를 쉬지 않고 불렀다. 이들의 응원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사회자는 “본 행사가 시작되면 응원을 자제해 달라. 우리는 하나라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본격 행사가 시작된 후 내빈 소개 때도 진영간 기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친문(친문재인)인 양향자, 김병관 최고위원과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도종완 박범계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올 땐 문재인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추미애 대표가 연단에 나오자 추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반면에 안 지사를 돕는 조승래, 강훈식, 김종민, 어기구, 박완주 의원이 소개될 땐 안 지사 지지자들만 뜨겁게 환호했다. 세 후보의 지지자들로부터 골고루 환호를 받은 이는 이해찬 의원, 이춘희 세종시장 정도였다.

특히 최성 경기 고양시장이 연설을 할 때 긴장감이 확 치솟았다. 최 시장은 안 지사의 대연정 주장을 겨냥해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을 논의하는데, 우리가 청산해야 될 적폐청산이다”며 “친일 청산과 같이 적폐청산 없이 연립정부가 가능하냐”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 측에서 환호가 나오자, 안 지사 지지자들은 “그만해라” “내려와”라고 고성을 질렀다.

홍재형 선거관리위원장은 27일 호남권 경선에서 안 지사의 이름을 ‘안정희’로 잘못 부른 것에 대해 이날 사과했다. 홍 위원장은 “제가 존경하는 안 지사의 이름을 잘못 말해서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를 드린다”고 하자 안 지사의 지지자들이 박수화답했다. 추 대표는 “제 이름을 거꾸로 읽으면 ‘애미’다. 아주 긴장된 날이었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날 충청권 경선장은 그간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의 감정의 골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당 관계자는 “누가 후보가 돼든 대선주자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본선 승리를 위한 일차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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