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경선 동원 의혹… 무책임한 ‘꼬리 자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0시 00분


검찰이 어제 우석대 태권도학과 최모 교수의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학교 관계자 4명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 모임에 학생들을 동원한 의혹으로 전북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고발됐다. 우석대 태권도학과 학생 172명은 지난달 12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에 대절한 버스로 참석한 뒤 한 사람당 3만6000원 상당의 뷔페식 식사를 대접받고 영화관람비 7000원을 따로 받았다. 전북포럼의 공동대표는 문 캠프의 전북 지역 총괄 선대위원장인 우석대 문예창작과 안도현 교수가 하고 있고, 최 교수는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적폐 청산’을 구호로 내세운 문 전 대표 측에서 선거철마다 고질적으로 등장하는 동원의 악습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율배반적이다. 학생들의 참석을 위해 지출된 비용은 830만 원으로 학교 측이 630만 원을 지불했다. 이 중 330여만 원은 태권도학과가 특성화사업으로 지원받은 국고보조금이다. 불법으로 드러나면 학생들은 1인당 최고 25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문 캠프 측은 “캠프와 상관없는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다. 캠프 측이 일단 책임지고 사과하지 않고 개인의 일탈로 몰아붙이는 것도 늘 봐오던 꼬리 자르기의 모습이다.

국민의당 경선에서도 불법 동원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25일 전남 경선에서 유권자에게 찍을 후보를 미리 정해 주고 단체로 차로 실어 나른 정황이 채널A에 포착됐다. 박지원 대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즉각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혹은 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도 어제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크워크 내일’의 활동을 대선 기간 중지한다고 밝혔다. ‘내일’은 법에 의해 지정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로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는데 안 전 대표를 위한 선거운동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력한 후보에게 지지자들이 몰리고 지지 조직이 방대해지다 보면 후보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나는 책임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후보야말로 대통령이 될 자질이 없다. 문 전 대표는 일단 안 교수를 선대위원장 자리에서 해임하고 국민의당은 동원 의혹에 대한 수사를 자처함으로써 ‘깨끗한 선거’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꼬리 자르기만 하려다간 일이 의외로 커질수도 있다.
#우석대#압수수색#전북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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