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정사 불행 딛고 청년에게 희망 안길 지도자 선택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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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창간 97주년을 맞는 동아일보사는 3년 뒤인 창간 100주년까지 특별기획 ‘행복 원정대 2020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의 주제는 ‘청년 행복’이다. 취재팀이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지난 1년간 올라온 게시물 1만281건을 분석한 결과 불행 관련 게시물이 행복 관련 게시물의 약 5.8배나 됐다. 특히 정치·사회 분야에서 행복감 대비 불행감을 언급한 게시물이 84.3배로 가장 높았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한국의 정치·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과 불신, 부정이 극에 달했다는 뜻이다. 청년들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무엇보다 나라를 이 모양 이 꼴로 이끌어온 지도층과 정치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제 헌정사의 오욕(汚辱)으로 남을 참담한 장면을 목도했다. 평소 단정한 올림머리를 풀어헤친 채 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그는 4년여 전에는 ‘87년 체제’ 이후 당선된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과반 득표율(51.6%)를 얻어 박수와 환호 속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사상 첫 파면의 불명예 속에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청년희망재단까지 만들 정도로 청년의 희망과 행복을 강조했지만, 결국 청년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말로는 원칙과 공정을 얘기했지만, 그의 국정운영에서 원칙과 공정은 없었다. ‘기회의 공정’을 박탈당한 청년들은 ‘헬조선’을 외쳤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은 무능했다. 자질이 결여된 지도자의 주변에 국정 농단이란 독버섯이 자라나게 마련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제도적 민주주의가 확립된 지 꼭 30년이다. 40일도 남지 않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모두가 리더십에 대해, 특히 위기의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 박 전 대통령의 참담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외교안보와 경제, 사회통합 등 중첩한 난제를 풀어나갈 리더로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 한 시대의 종언(終焉)과 새 시대의 출범은 역사의 주체인 국민의 정치적 각성과 실천이 있어야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충청권에 이어 어제 영남권 경선에서도 압승하면서 본선 진출이 더욱 유력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대선 후보 선출이 코앞이다. 자유한국당은 어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을,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을 각각 후보로 선출했다. 이변이 없는 한 이 중 누군가가 될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기간도 없이 곧바로 국정에 돌입해야 한다. 더구나 1년 이상을 끌 공산이 큰 박 전 대통령 재판도 국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변국의 ‘스트롱맨’ 지도자들이 한국의 새 대통령을 신참이라고 봐줄 리도 없다. 결국 국민이 대통령을 잘 선택해야 나라가 살 수 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수입하고 싶은 대통령’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위(66.6%)로 꼽힌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불통에 질린 국민은 ‘소통의 달인’이었던 그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포용과 공감, 이해력과 설득력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외교안보와 국내정치 상황에다 심각한 일자리 문제와 성장 정체 등 경제 위기까지 극복해 내야 할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갖춰야만 하는 덕목이다.

서구 선진국에서 행정 경험이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가 나오는 일은 없다. 지방과 하급부터 출발해 그런 경험을 쌓는 지도자 양성코스가 마련돼 있다. 야당 혹은 언론과 일대일 토론을 벌이는 역량은 그렇게 키워진다. 우리는 그런 대통령을 본 일이 없다. 오랜 시간 다양한 훈련과 경험, 학습을 쌓지 않은 아마추어가 포퓰리즘에 기대어 당선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우리가 해 온 변별력 없는 TV토론으로는 그런 역량을 검증할 수 없다. 결국 그들이 과거 국정에 참여했던 경험과 실적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선 주자들이 미래를 말할 때 유권자들은 그들의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어떤 일을 했고, 현재 무슨 일을 하는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언행이 일치하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국가적 불행이다. 국민들은 현명한 눈으로 불행한 역사의 사슬을 끊을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공동체를 붕괴시킨 양극화의 주범인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췄는지 살펴야 한다. 그런 지도자에게 나라를 맡겨야 청년에게 희망과 행복이 돌아온다. 청년이 불행한 사회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행복 원정대 2020 프로젝트#대나무숲#헌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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