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달린 10.6m² 독방… 1440원짜리 식빵으로 첫 식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일 03시 00분


[박근혜 前대통령 구속 수감]朴 서울구치소 수감 첫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애 시절을 포함하면 청와대 관저에서만 20년 넘게 살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1일 서울구치소에서의 첫날은 무척이나 긴 하루였다.

○ ‘검신(檢身)’까지 받고 독방 이동

이날 오전 4시 45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다른 미결수용자와 마찬가지로 2시간가량 입감 절차를 거쳤다. 휴대전화는 물론 올림머리를 할 때 썼던 머리핀도 모두 구치소 측에 제출했다. 철제 머리핀은 자해를 하거나 다른 수감자를 위협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반입 금지 품목이다.

신체검사, 이른바 ‘검신(檢身)’도 피해가지 못했다. 전자 영상 장비가 설치된 ‘카메라 의자’에 앉아 신체 내부에 흉기나 약물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까지 확인하고서야 검신은 끝났다. 검신 후에는 목욕을 하고 여성 미결수용 수의인 연두색 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또 키를 측정하는 눈금이 그려진 자 옆에 서서 이름표를 들고 수용기록부에 올릴 이른바 ‘머그 사진’을 찍었다. 이후 수의의 오른쪽 가슴엔 수감장소, 왼쪽 가슴엔 수인번호 ‘503’이 붙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를 받은 순간부터 ‘대통령님’이나 이름이 아닌 ‘503번’으로 불렸다. 식기, 칫솔 등 생활용품을 지급받아 독방으로 이동했다.

○ 직접 설거지, 하루 2만 원 쓸 수 있어

박 전 대통령은 여자사동에 있는 10.6m²(3.2평) 크기의 독방을 배정받았다. 일반 독거실(독방)은 6.56m²(1.9평) 크기다. 이 방은 한미행정협정(SOFA)을 위반한 미군 사범들이 주로 수용됐던 방이다. 이 방엔 샤워시설도 있고 화장실에 문이 달려 있다. 일반 독거실은 화장실이 칸막이로만 구분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독방에 들어가기 전 한참 동안 눈물을 쏟은 뒤 방으로 들어가 이부자리를 펴고 잠시 눈을 붙였다. 아침식사로는 케첩, 치즈가 발린 식빵이 방으로 배급됐다. 단가 1440원짜리다. 박 전 대통령은 혼자 식사를 한 뒤 방안 화장실 세면대에서 설거지를 해 식기를 반납했다. 이날 오후엔 구치소 특별접견실에서 유영하 변호사(55)와 접견했다. 변호인 접견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에 횟수 및 시간제한 없이 가능하다. 일반 접견은 하루에 1회, 10∼15분으로 제한된다. 박 전 대통령은 저녁으로 쌀밥에 시금치, 된장국, 두부조림을 먹었다.

접견이 허용되지 않는 주말에는 방에서 TV 시청과 독서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TV에는 방영된 지 2∼3주 지난 지상파 프로그램만 나온다. 법무부 교화방송인 ‘보라미 방송’ 채널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뉴스는 매일 오후 7, 8시에 실시간 방송으로 시청 가능하다. 운동은 운동장에서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1시간 이내만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은 입감될 때 수십만 원가량의 현금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영치금으로 넣었다면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은 최대 2만 원이다. 다만 이는 음식물 구입에만 적용되며 침구, 약품 등 구입비용은 별도다. 구치소에서 파는 로션, 스킨, 영양크림, 선크림을 구입하면 기초화장까지 가능하다. 밖에서처럼 올림머리를 하려면 플라스틱 머리핀을 구입해 직접 스타일링 해야 한다.

통상 거물급 인사가 수감되면 교도관 4명으로 꾸려진 전담팀이 2인 1조로 계호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더 큰 규모의 팀이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
#박근혜#독방#구속#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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