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적자’ 거칠어진 싸움… 대답없는 표심에 속앓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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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유승민 공방 계속… 보수진영 감정의 골 깊어져

《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일찌감치 대선 후보로 확정됐지만 좀처럼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선 구도가 ‘문재인 대 안철수’ 맞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존재감을 잃고 있다. 이 와중에 홍 지사와 유 의원은 확 쪼그라든 ‘보수 표심’을 두고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이번 주말을 거치며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연대의 발판을 만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

● 洪 “TK는 내 중심으로 뭉치게 돼있어”

바른정당에 사실상 백기투항 요구… “친박은 없다” 인적쇄신 선그어

JP 찾아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홍준표 경남도지사(오른쪽)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택을 예방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홍 지사는 “김 전 총리께서 ‘우파를 결집해 대통령이 꼭 돼 달라’고 했다. 좌파 
집권을 막아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사진공동취재단
JP 찾아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홍준표 경남도지사(오른쪽)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택을 예방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홍 지사는 “김 전 총리께서 ‘우파를 결집해 대통령이 꼭 돼 달라’고 했다. 좌파 집권을 막아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사진공동취재단

“TK(대구경북)에선 내가 적자(嫡子)다. TK에선 홍준표 중심으로 뭉치게 돼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3일 바른정당을 향해 사실상 ‘조건 없는 백기투항’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당내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해선 포용 의지를 거듭 밝혔다. 당 안팎에선 홍 지사의 지지율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면서 ‘집토끼’마저 놓치면 보수 후보 단일화 주도권부터 잡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이 작동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지사는 이날 “바른정당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나간) 국민의당과 성격이 비슷하다”라면서 “한국당에서 일부가 분가(分家)한 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물 위’에서만 (바른정당과) 협상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출한’ 가족의 귀환인 만큼 물밑에서 어떤 조건을 내걸지 말고 들어오란 얘기다.

홍 지사는 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잇달아 예방했다. ‘보수 적통’으로 인정받겠다는 행보다.

이 전 대통령은 “우파 세력들이 기댈 든든한 담벼락을 세우는 강한 보수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고 홍 지사 측은 전했다. 김 전 총리 예방 직후 홍 지사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김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5·16혁명을 했다”면서 “당시 ‘구악을 뿌리 뽑자’는 혁명가가 있었는데 (김 전 총리가) 아직도 기억하더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홍 지사가 5·16군사정변을 ‘5·16혁명’으로 지칭한 것을 두고 “‘박정희 향수’가 있는 전통 보수층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 지사는 ‘친박 인적청산’과 관련해서는 “친박은 없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뺄셈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같은 당에 있던 사람들이라 각이 서질 않는다. 문 전 대표와 나랑 각이 선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4일 TK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 참석을 시작으로 대선 후보에 선출된 후 첫 지방 일정에 나선다. 홍 지사 측은 보수의 심장인 TK에서부터 바람을 일으켜 바른정당의 세를 완전히 꺾어 놓겠다는 구상이다. 홍 지사 측 관계자는 “지금쯤 지지율이 15%는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훨씬 밑돌아 고민”이라면서 “일단 단일화 성사 전까진 바른정당을 철저하게 눌러 보수층 결집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 劉 “TK가 洪처럼 부끄러운 아들 뒀나”

“洪, 형사재판 받는중 방탄 출마… 대구경북이 결코 용납해선 안돼”


“TK(대구경북) 적자라… TK분들이 그렇게 부끄러운 아들을 둔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3일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문시장을 방문한 바른정당 대선 후보 유승민 의원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겨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포함해 6시간 가까이 시장 곳곳을 훑었다. “서문시장 가니까 상인마다 그 소리(배신자)를 하더라”란 홍 지사의 공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보수 적자(嫡子)’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인 만큼 진보 진영 대선 주자보다는 홍 지사 비판에 주력하며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법을 어겨 구속된 마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것은 몰상식한 코미디”라고 홍 지사를 공격했다. 이어 “판결을 앞두고 ‘방탄 출마’ 하는 후보를 대구경북은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국당을 향해서는 “그런 후보를 대선 후보라고 선출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유 의원이 시장을 도는 동안 일부 상인과 시민은 “배신자”라고 외치거나 “배신자 소리 들을라카면서 여기 뭐하러 왔노”라고 수군대기도 했다. 반면 “유승민 대통령”을 연호하거나 “힘내라”라며 유 의원의 손을 잡는 이도 적지 않았다.

유 의원은 시장 투어를 마친 뒤 “수많은 상인들, 시민들 만났지만 홍 지사처럼 얘기하는 분은 한 분도 안 계시더라”며 “도대체 누구한테 얘기를 듣고 그러는지, 자기 생각이 그렇다면 비겁하게 하지 말고 똑바로 이야기하라”고 쏘아붙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대구=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홍준표#유승민#보수#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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