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후보, 文반대표 아니라 安지지표 모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0시 00분


예상대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제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안 후보는 대전·충청 경선에서도 85.3%의 득표율로 승리해 내리 7연승을 기록했다. 사상 최초로 사전선거인명부 없이 진행된 완전국민경선에서 안 후보는 7개 경선 지역 누적득표에 여론조사 20%를 반영한 최종 득표율에서 75.0%를 얻어 손학규 전 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에게 압승을 거뒀다.

안 후보는 어제 후보수락 연설에서 “안철수의 시간이 오니 문재인의 시간이 가고 있다”며 “상속 받은 사람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사람이 성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유산을 물려받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여론조사상 양자 대결 구도에서 문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일부 조사에서는 문 후보를 앞서기도 하는 터에 이번 대선을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강(兩强)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의미다.

안 후보가 가상 양자 대결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안철수 지지표라기보다는 문재인 반대표다. 안 후보의 국민의당은 4·13 총선에서도 보수 진보의 양극단에 질린 중도 표심으로부터 어부지리를 얻었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도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쏠렸던 보수·중도 표심이 옮겨가면서 지지율 2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대선은 정면 승부다. 공짜 점심은 없다. 안 후보는 5월 9일까지 문재인 반대표를 안철수 지지표로 바꾸기 위해 ‘존재 증명’을 해야 하는 길에 들어섰다.

안 후보는 과거에 내걸었던 ‘새 정치’를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뒤 안 후보가 ‘반문(반문재인)’의 기치를 높이 든 것 말고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문재인의 안보관을 불안해하는 보수층이 안철수의 안보관을 확신하는 것도 아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국가 간 합의이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도 존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만큼 더욱 확실한 안보관으로 문 후보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전문 분야라는 경제에서 위기를 타개할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안 후보는 어제 “공직은 증명하는 자리이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자신부터 증명해야 한다. 지난 총선 표심은 국민의당에 협치(協治)의 중재자 역할을 부여했지만 당도, 안 후보도 역할이 없었다. 더구나 국민의당은 39석의 소수당이다.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벌어지겠지만 국정운영을 제대로 해나갈 정치적 동력이 있는지 불안하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누가 대통령이 돼도 여소야대(與小野大)지만, 특히 안 후보가 집권하면 협치와 포용, 대화와 타협 없이는 나라가 굴러갈 수 없다는 의미다. 안 후보는 집권 이후 협치 방안을 발표하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오늘 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합동으로 ‘반(反)패권 및 국민통합을 위한 중도·보수 후보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이른바 ‘문재인포비아’ 때문일 것이다. 안 후보는 어제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 ‘탄핵 반대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연대’를 하지 않겠다며 ‘반문(反文) 연대’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힘으로 결선투표해 주실 때가 됐다”고 호소했다. 문 후보와 사실상 결선투표가 될 정도로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남은 34일 안 후보 하기에 달렸다. 아직도 국민이 미심쩍어 하는 그의 리더십과 일관성, 포용력을 입증하고 문재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안철수가 좋아서 투표장에 나가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안철수#사드#문재인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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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추천 많은 댓글

  • 2017-04-05 07:07:14

    간단명료 하다 홍준표 만이 현시국을 바로 잡을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이젠 홍준표에 집중할때다

  • 2017-04-05 08:33:44

    맞아요!국정운영의 철학 비전 정책은 안보이고, 안철수의 국정관 전혀 무관한 과거 이력만 보고 찍어달라고 하니 답답하고 암담하기 까지 합니다.문재인은 가정으로 돌아가야 맞고요.문재인의 시대착오적 무능력과 부정직을 피하려고 안철수를 찍어야 하는 국민들의 절망감을 어쩌지요.

  • 2017-04-05 14:03:47

    국민의당은 지금 문재인당인 민주당의 분신이고, 안철수는 과거 "이념가지고 싸우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라고 한 지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에 아주 맞지않은 모호한 사람이다. 결국 민주당 이중대에 불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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