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9시 55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 “세 번째 소환됐는데 할 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고 말투가 어눌했다. 한 걸음 이상 떨어진 데 있는 취재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수척한 얼굴에 지친 표정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과 올 2월 각각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할 때 기세등등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히 조사받으며 답변하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를 몰랐느냐”는 질문엔 “네”라고만 답했다.
○ 허공만 바라본 우병우
지난해 11월 6일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에 소환된 우 전 수석은 기자가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을 인정하느냐”고 질문하자 대답을 하지 않고 3초가량 질문한 기자를 매섭게 쏘아봤다. 또 검찰 조사 도중 휴식 시간에 팔짱을 낀 채 검사 앞에서 웃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황제 조사’ 논란을 빚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구속 수감된 뒤 처음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우 전 수석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포토라인에서 질문을 받는 동안 허공만 바라봤다. 검찰 청사로 들어가는 걸음걸이는 느렸다.
우 전 수석은 이번 검찰 출석을 앞두고 주변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호소를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8월 검찰 특별수사팀에 소환된 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를 받은 데 이어 특검에 소환됐고 다시 특수본에 출석했다. 4번째 ‘특별’이라는 명칭이 붙은 조직의 수사를 받는 것이다.
○ 검찰, ‘세월호 수사 외압’ 집중 조사
특수본은 이날 우 전 수석 소환에 앞서 참고인을 50명가량 조사했다. 특히 우 전 수석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부실 구조 의혹을 조사하던 광주지검에 외압을 행사해 조사를 방해한 혐의에 특수본의 수사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특검이 수사를 하려다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해 덮어뒀던 부분이다.
당시 광주지검장이던 변찬우 변호사(57) 등 전현직 검사들도 참고인 자격으로 특수본의 조사를 받았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또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직후 청와대의 진상 은폐를 주도한 혐의(직무유기)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우 전 수석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며 불법을 저지른 정황을 파악하고도 이를 덮어주고 오히려 검찰 수사에 대비한 대응 논리를 짜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또 우 전 수석 재직 당시 민정수석실이 권한을 남용해 ‘찍어내기’식 감찰을 벌여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도 조사했다.
특수본은 이르면 7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2월 특검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직무유기 등 11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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