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측 “승계 작업할 이유 없었다” 대가성 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8일 03시 00분


뇌물혐의 첫 공판… 특검 주장 반박
“李부회장, 朴대통령과 독대 후 ‘레이저 눈빛 의미 알겠다’ 말해”

“삼성은 국정 농단 배후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있다는 점을 알고 최 씨와 직접 접촉해 장기간 지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직접적 이익을 얻었다.”(박영수 특별검사팀 양재식 특별검사보)

“최 씨에 대한 지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대가성이 없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을 행사할 지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로 승계 작업을 할 이유가 없었다. 특검의 공소사실은 예단과 선입견에 기반을 두고 있다.”(이 부회장 측 송우철 변호사)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첫 재판.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의 판단과 법리 적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목조목 반박했다. 근본적으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을 일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최 씨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변론의 핵심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3차례 독대하면서 뇌물수수 합의, 경영권 승계 등 대가 관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3차례의 독대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직접 인용 방식으로 기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부인하고 있고, 대화 내용을 들은 사람이나 녹취록도 없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인용을 했느냐”고 공박했다.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승마 지원을 한 것은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힘을 이용해 삼성에 불이익을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 다른 대가를 약속받고 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이날 법정에선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뒤 삼성 임원들에게 “신문에서 대통령의 눈빛이 레이저빔 같을 때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라고 얘기했다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64)의 특검 진술 내용이 공개됐다.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이 부회장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것이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기업 중 삼성만 뇌물 공여자가 됐다”며 “이는 특검이 ‘삼성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예단을 갖고 수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출연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에 출연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이 부회장 측은 변론했다.

김민 kimmin@donga.com·허동준 기자
#이재용#재판#뇌물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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