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발표 여론조사 들여다보니
보수표 ‘안철수로 심리적 단일화’ 추세
안희정 지지 56.4%가 안철수로… 수도권 TK선 안철수-PK 강원 문재인 우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는 경선을 마치고 본선 대진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컨벤션 효과’(대형 정치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는 효과)를 충실히 누린 결과로 풀이된다. 또 보수 후보들의 표가 어떻게 분산되느냐에 따라 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의 승패가 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안희정 지지층 절반 이상 안철수로 이동
KBS-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8, 9일 조사한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36.8%로 같은 기관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조사(8.4%)보다 무려 28.4%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지난달 조사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율은 17.0%,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9.1%였다. 이들의 지지율을 대부분 흡수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반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달 12일 29.9%에서 후보 확정 이후에도 2.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확정 이전 안 지사를 지지했던 사람 가운데 56.4%는 이제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문 후보로 옮겨간 지지층은 17.9%에 그쳤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지지층의 47.3%는 문 후보로, 23.2%는 안 후보로 이동했지만 지난달 조사에서 이 시장의 지지율(9.0%)이 안 지사의 절반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민주당 경선에 따른 혜택은 안 후보를 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호남, 충청,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안 후보가 앞섰고 부산·울산·경남, 강원·제주에선 문 후보가 1위였다. 연령별로 문 후보는 20∼40대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50대 이상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앞섰다. 안 후보의 연령별 지지 성향은 보수 진영 후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화 세대인 ‘86그룹’ 상당수가 포함되면서 이번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는 50대에선 안 후보가 43.8%의 지지를 얻어 문 후보(25.2%)를 크게 앞섰다.
○ 보수 후보 10% 이상 득표 시 안철수 불리
안 후보의 약진은 대선 초반 보수 후보들이 좀처럼 지지율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보수 성향의 표심이 안보 정책 등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안 후보에게로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른바 보수층이 ‘심리적 단일화’에 나섰다는 얘기다. 실제 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선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51.9%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대목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 보수 진영 후보 지지율의 합에 따라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우위가 뒤바뀐다는 점이다. KBS-연합뉴스 조사(홍 후보 6.5%, 유 후보 1.5%)와 조선일보의 의뢰를 받아 칸타퍼블릭이 7, 8일 실시한 여론조사(홍 후보 5.7%, 유 후보 1.9%) 등 보수 진영 후보 지지율의 합이 7∼8% 안팎인 조사에선 모두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제쳤다.
반면 MBC-한국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리서치앤리서치가 7,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문 후보(35.2%)가 안 후보(34.5%)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 조사에선 홍 후보의 지지율이 7.4%, 유 후보가 2.8%로 보수 진영 후보 지지율의 합이 10.2%였다. 결국 보수 지지층의 표심이 안 후보에게 얼마나 쏠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상승세가 투표장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선 구도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대결로 재편되면서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오랫동안 대선 레이스를 독주해온 문 후보가 견고한 지지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갑자기 늘어난 안 후보의 지지층이 검증 공세 국면에서 계속 결집력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또 지지 후보가 없다고 밝힌 15%가량의 부동층이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도 최종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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