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사물인터넷 인프라 완비” vs 안철수 “규제 없는 창업랜드 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4차 산업혁명 길을 묻다]<12> 대선 후보들의 4차산업 공약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5·9대선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이와 관련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차기 정부의 주요 화두로 내세운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산업과 고용, 교육 등에서 뼈를 깎는 개혁이 불가피한데도 ‘장밋빛 미래’만 강조하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정부 나서야” vs “민간 주도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정부의 역할을 부각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 성과를 언급하며 ‘사물인터넷(IoT)망 1등 국가’를 내걸었다. ‘전기자동차 강국’을 위해 전국의 주요 도로와 주차장에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고,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혁신도시’에 민간기업·연구소를 집결시켜 ‘혁신도시 시즌2’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민간 주도’를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는 “정부는 규제 합리화, 기간망 구축, 재정 투자 등을 담당하되 연구 주제나 투자 배분에는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특히 부처를 뛰어넘는 융합형 연구를 위해 연구개발(R&D)비를 통합 집행하는 등 국가 R&D사업 체계를 전면 혁신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문 후보의 공약에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의지가 드러나지만 정부가 신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지나치게 ‘큰 정부’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에 대해 이 교수는 “민간 주도라는 방향 설정은 타당하지만 해법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0년 장기 계획인 ‘4차 산업혁명 선도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을 포괄하는 법안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보수의 어젠다인 ‘성장 담론’에 4차 산업혁명을 접목했다. ‘혁신성장’이란 슬로건으로 창업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 교수는 “역대 정권마다 실패한 규제 개혁을 어떻게 시행할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미래·녹색산업 인프라 투자에 대대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의 경부고속도로, 김대중 정부의 초고속 인터넷망에 비견될 만한 ‘환경·생태 고속도로’가 뚫리고 이 위에 ‘4차 산업혁명’이 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창업 지원책 쏟아내지만…

4차 산업혁명 공약에서 후보들이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창업 지원책이다. 문, 안, 유 후보 모두 창업자의 패자부활을 돕기 위해 연대보증 폐지를 약속했다. 정부가 중소·창업기업의 ‘테스트베드(시험무대)’가 되겠다는 공약도 공통적으로 내놨다.

벤처기업인 출신인 안 후보는 상대적으로 창업 공약에 많은 비중을 뒀다. 노후화한 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해 규제가 없는 ‘창업드림랜드’를 조성하겠다고 내걸었다. 창업 경험이 있는 청년들은 관련 공공기관 취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창업기업의 신기술과 중소기업의 제조능력, 대기업의 유통망을 묶는 ‘창업성장’ 플랫폼을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홍 후보는 20조 원 규모의 창업·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을 출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의 벤처산업 성장에 일조한 ‘요즈마 펀드’처럼 내·외국인 차별 없이 지원해 세계 인재들이 한국에 모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 후보는 창업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판인 ‘혁신안전망’ 구축을 강조했다. 아울러 선순환의 창업·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센티브도 약속했다. 벤처에 인재가 몰릴 수 있도록 스톡옵션 규제를 풀고, 특허로 돈을 벌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공약이 역대 정부의 ‘벤처 정책’과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대한민국에는 창업 지원책이 너무 많다. 이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스케일업(scale-up·성장)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 해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려면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후보들은 저마다의 ‘교육 변화’를 예고했다.

문 후보는 “암기 위주의 교육은 4차 산업혁명에 맞지 않다”며 교육 체계 개편을 강조했다. 또 초등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도록 하고, 이를 위해 임기 5년 동안 교육을 담당할 초·중등 교사 1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앞으로 5년 동안 전문가 10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미취업 청년이나 중장년 실직자를 대상으로 1년 과정으로 강도 높은 실습 교육을 하겠다는 방안이다. 국가연구 인력을 4만 명 공개 선발해 정부연구소와 지방대에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유 후보는 창의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키우기 위해 수업 방식을 다양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객관식 지필고사를 줄이고, 팀 프로젝트를 강조하는 등의 방식이다. 홍 후보와 심 후보는 인력 양성에 대한 공약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홍수영 gaea@donga.com·장관석 기자
#4차 산업혁명#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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