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14일 현재 원내 5당 후보가 완주를 향해 질주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가 더욱 굳어져 가고 있다.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 후보는 1위를 달려온 문 후보를 이번 주 일부 조사에서 오차 범위 안에서 앞지르며 대선판을 크게 흔들었다. 하지만 위기감을 느낀 문 후보의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해 안 후보의 급상승세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① 수성 성공한 文, ‘중도 확장’ 고민
지난주 일부 여론조사에서 다자구도 1위 자리를 안 후보에게 내줬던 문 후보는 이번 주 쓸 수 있는 공세 카드를 총동원해 1위에 다시 올랐다.
문 후보는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을 적극 껴안는 한편 매일같이 공약을 쏟아냈다. 또 한반도 위기설에 대해 “참화가 벌어지면 저부터 총 들고 나서겠다”며 안보 불안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에 안 후보를 향한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안 후보 본인을 겨냥해서는 포스코 사외이사 문제 등으로 공세를 퍼부었고,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를 향해서는 서울대 교수 1+1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안 후보의 딸에 대해서도 재산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문 후보로서는 아직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여전히 제자리이고, 두 후보 중심의 양강 구도는 더 공고해지고 있다. 안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수록 안 후보의 존재감이 커진다는 우려도 당내 일부에서 나온다.
따라서 문 후보가 양강 구도를 뚫고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중도·보수층으로의 확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기 전인 지난달 31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후보와 안 지사, 이 시장의 지지율 합이 53%였지만 이날 문 후보의 지지율은 40%를 기록했다. 안 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층 일부가 아직까지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다 문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적폐 청산’ 프레임과 중도·보수층 확장 전략이 충돌한다는 점도 문 후보의 딜레마다.
② 격차 유지한 安, ‘호남-보수’ 딜레마
최근 거침이 없었던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이날 37%로 다소 둔화됐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쪽의 네거티브 공세와 안 후보의 ‘유치원 발언 파동’이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도 안 후보 측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1∼2주 빨랐던 만큼 이런 정도의 ‘숨고르기’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소폭이지만 지난주보다 지지율이 올랐고, 문 후보와의 격차도 더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안 후보 측은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안 후보는 이날 대선 슬로건으로 ‘국민이 이긴다’를 선택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지지율 역전의 ‘골든 크로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호남과 보수층이라는 상충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표류하는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우(右)클릭’을 해야 하지만, 또 그러다가는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안 후보는 20∼40대 유권자 층에서 문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실제로 ‘40대 이하는 문 후보, 50대 이상은 안 후보’ 흐름이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주 문 후보가 앞섰던 40대 지지율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16%포인트였지만, 이번 주에는 27%포인트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지난주 50대에서는 17%포인트, 60대 이상에서는 31%포인트 차로 문 후보를 눌렀던 안 후보는 이번 주에는 22%포인트(50대), 42%포인트(60대 이상)로 격차를 더 벌렸다.
안 후보는 지지층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 지사 등을 거쳐 온 사람들이 많아 충성도가 문 후보보다 낮다. 이날 조사에서 ‘꼭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적극 투표 의향자 중 문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42%, 안 후보 지지는 36%였다.
③ 위기의 洪, 안철수에 공세 강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대결 가속화는 보수 후보 지지율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7%)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3%)의 합은 10%에 그쳤다. 보수 진영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의 1위 자리도 각각 안 후보와 문 후보에게 내줬다. 이는 홍 후보와 유 후보의 경쟁이 보수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변수는 ‘보수 결집’이 문 후보를 도와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거자금으로 자칫 파산 위기에 몰릴 수도 있는 한국당은 최근 안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④ 완주 벼르는 劉-沈, ‘지지층 단속’ 고민
유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전날 첫 TV 토론에서 존재감 부각에는 성공했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두 후보 모두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선거 막판까지 지금의 양강 구도가 공고해지면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지층 확대는커녕 지지층 단속까지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조사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심 후보(71%)와 유 후보(65%) 지지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다른 세 후보는 30%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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