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대출로 선거비 충당… 15% 득표 못하면 빚더미 앉을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5일 03시 00분


[토요판 커버스토리]대선 시작 휘슬 울리다
5개 정당 공식 비용만 1500억원대


5·9 대선에서 사용될 공식 선거비용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판이 5자 구도인 데다 막판까지 지지율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후보 진영의 집중 물량전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 홍보비가 최대 지출 항목

대선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분야는 홍보다. 실제로 민주당은 TV·라디오·신문 광고 등에 100억∼150억 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100억∼130억 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선거에선 인터넷 광고비용도 크게 늘어 50억∼80억 원 수준에 이른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당일에도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유세차 비용도 만만치 않다. 1t 트럭에 영상물을 틀 수 있는 122인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 선거운동 기간에 확성기를 단 기본 옵션의 유세차를 대여하는 비용은 2000만 원, 5t 트럭에 200인치 LED 화면을 단 고급형은 4000만 원(운전자 인건비+유류비+차량개조비 등)을 호가한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300대 안팎(전국 253개 선거구에 최소 1대씩 배치할 경우)의 유세차를 이용할 계획이다.

‘로고송’ 제작에는 한 곡당 200만 원 정도가 든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8곡, 문재인 후보가 17곡의 로고송을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대선에서도 로고송 제작에 3000만∼6000만 원이 들어간다. 선거 공보 등 법정 홍보물과 현수막, 어깨띠 제작비 등을 합치면 홍보비에만 300억 원 이상을 쓰게 되는 셈이다. 선거비용에는 홍보비 외에도 선거사무원 수당과 선거연락소 운영비로 100억∼130억 원이 추가된다.

후보들이 좀처럼 긴축선거를 치르지 못하는 것은 비용을 얼마나 쓰느냐가 막판 선거 분위기를 좌우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약 20%포인트 차로 앞서던 오세훈 후보가 막판에 홍보비를 줄이면서 한명숙 후보에게 따라잡힌 것을 대표 사례로 들고 있다.

17일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각 당은 선거예산 편성에 막판 힘을 쏟고 있다. 예상되는 선거비용 지출 규모는 민주당이 450억∼480억 원 수준,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450억 원 정도다.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각각 90억 원, 52억 원 수준이다.

5개 정당이 사용할 공식 선거비용만 1490억∼152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이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사용한 선거비용인 1034억 원은 물론이고 역대 최대였던 17대 대선의 1079억 원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첫 선거인 1987년 13대 대선에서 공식 집계된 선거비용은 254억 원이다. 이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겨뤘던 14대 대선에선 763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15, 16대 대선에선 선거비용 규모가 줄었다.

○ 득표율에 당이 파산할 수도

발등의 불은 선거비용 조달이다. 특히 홍보비는 외상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일이 많아 ‘실탄’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단 각 후보들은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는 선거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정당별 의석 수에 따라 각각 원내 1, 2당인 민주당은 약 124억 원, 한국당은 120억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국민의당은 87억 원 수준이다. 후원금을 모금할 순 있지만 후보당 최대 25억 원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300억∼350억 원은 대출이나 펀드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조기 대선으로 치러지는 이번에는 시간이 걸리는 펀드로 거액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한국당, 국민의당 모두 대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양강 구도에 들어간 문 후보와 안 후보 측은 그나마 여유로운 편이다. 최종 득표율 15%를 넘으면 선관위가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득표율이 10% 이상 15% 미만일 경우에는 선거비용의 절반을 받는다. 당사를 담보로 250억 원을 대출받은 한국당은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후보의 대선 득표율이 15%를 넘지 못하면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당사가 날아갈 수 있다”며 “사무처 직원들 퇴직금으로 줄 돈도 없이 ‘쪽박 차는’ 거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홍 후보는 14일 갤럽조사에서 7% 지지율을 보였다.

현재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3% 정도에 머물러 있는 바른정당도 돈 걱정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 대출은 받지 않을 계획이지만 기존에 상당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처음부터 선거비용을 대폭 줄여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래서 지지율은 3% 정도로 낮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박성진 기자
#대선#선거비#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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