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모금-지출 공개한다지만… 세부명세는 여전히 깜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5일 03시 00분


불법 정치자금 ‘흑역사’
노태우 “YS에 3000억 제공” 파문… 2002년 이회창 ‘차떼기 수수’ 오명
‘성완종 메모’ 대부분 무혐의 결론

거액의 선거자금이 소요되는 대선의 어두운 그늘엔 ‘불법 대선자금’이 있다. 과거엔 수백억 원에 이르는 ‘검은돈’이 오가기도 할 정도로 일반적인 정치자금 비리보다 덩치가 훨씬 컸다.

대표적인 불법 대선자금 사례는 16대 대선 직후 불거진 ‘차떼기’ 논란이다. 검찰은 2003년 SK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823억2000만 원에 달하는 불법 자금이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캠프에 건네진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 후보 캠프는 2.5t 트럭에 현금 150억 원을 통째로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얻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때 우리가 쓴 불법 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노무현 캠프도 대선 과정에서 113억6200만 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한나라당 불법 자금의 10분의 1보다 많은 7분의 1이나 되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참모들에게 “절대 10분의 1을 넘겼을 리가 없다”며 검찰 수사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18대 대선 이후인 2015년 4월 터진 ‘성완종 게이트’가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의 홍문종 의원 등에게 대선자금을 건넸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2012년 구속 기소됐다. 결국 1년 2개월을 복역하고 나왔다. 당시 저축은행 비리 수사는 대선자금 비리 문제로 이어지면서 한동안 정국을 흔들었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11년 회고록을 통해 “1992년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에게 3000억 원대의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불법 대선자금이 확인되면 정권과 정당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래서 2000년대 이후 정치자금의 모금 및 지출 명세를 투명하게 밝히려는 흐름이 확산됐고, 정치권 안팎에서의 감시도 날카로워졌다. 다만 여전히 대선자금 명세가 상세히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를 더욱 세부적으로 분류해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대선자금#불법#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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