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정치 담당 사진기자들은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비 후보 캠프에서 보내 주는 일정에 맞춰 후보를 따라다니며 하루를 보내고 뉴스룸에서 사진을 받아 지면에 배치하는 에디터들은 어떤 사진을 써야할지 고민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5자 대선구도가 문재인-안철수 양강 체제로 굳어졌다. 선두를 다투고 있는 두 후보의 현장 사진을 찍어 뉴스룸에 보내면 에디터들은 현장 기자들에게 전화로 느낌을 물어보는데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의 경우, 이른바 세팅이 잘 돼 안정감을 주는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은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후보를 밀착 마크하며 기록하는 사진기자들끼리 이유를 한번 생각해 봤다. 현장 기자들이 내린 나름의 결론은 두 캠프의 이미지가 관리하는 조직과 참모의 숫자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문 후보의 경우 이미지 세팅은 거의 ‘모범 답안’에 가깝다. 행사장에 가보면 대부분 정리가 잘 돼있다. 후보자의 동선도 거의 계획에 맞춰 움직인다. 현장에 도착하면 관계자가 “후보는 언제 어느 방향에서 들어와 행사는 어떠한 형식으로 진행 된다”고 일사천리로 안내한다. 사진기자들은 안내에 따라 포인트(사진이 될 만한 장소)에서 취재를 한다. 사전에 동선 안내를 받으면 어느 장소에서 어떤 그림이 나올지 예측이 가능하다. 후보와 기자들은 서로 혼잡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간담회 장소에 가보면 대부분 라운드 형식을 취하는데 그 중심에 문 후보의 자리가 있다. 그리고 맞은편에 사진과 영상기자들이 위치한다. 문 후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실내 행사장에서는 후보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정면, 좌, 우측에 대형 조명을 설치해 놓기도 한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대형 TV가 등장하기도 했다. 바로 프롬프트다. 프롬프트를 사용하면 말하는 사람이 대본과 같은 적혀진 자료를 고개 숙여 읽지 않고 앞 만 바라보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내 경선 중이던 교육관련 공약 발표 자리에서 선보였다.
이런 전문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은 문 캠프에는 ‘이미지팀’이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현장에는 스틸 사진가 2명 + 동영상 전문가 2명 그리고 이미지 팀장이 동행한다. 이미지 팀장은 전체 상황을 정리하며 현장의 사진기자들과 계속적으로 소통을 하며 적당한 이미지 생산을 위해 움직인다. 행사전은 물론이고 행사중에도 사진기자단과 쉬지 않고 조율해 현장 사진기자의 요구사항이 즉각적으로 후보에게 전달된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캠프의 경우, 이미지 팀의 운영 수준이 높지 않다. 각 언론사별로 3명씩의 기자들이 전체 카카오톡에서 일정을 공지 받는다. 사진기자보다는 취재기자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기자 및 영상기자와는 조율은 현장에 동행하는 공보실 직원이 담당한다. 대권 도전 선언 후 첫날 지하철로 출근하며 민의를 수렴했다던 안 후보의 일정은 한 통신사에게만 알려졌고 대부분의 주요 언론사의 사진기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현장에서도 후보의 동선이나 미쟝센을 꼼꼼하게 챙기는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담당자가 있으리라 짐작되지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육군 훈련소에서 소총을 들고 가늠자에 눈을 대고 있는 안 후보의 모습도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전에 아이디어 제안과 논의·검토 등이 이뤄져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현장에서 즉흥적인 발상과 요구에 따라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안 캠프에 전속으로 사진을 찍는 사진가가 1명인지 2명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전담 사진기자들과 면담자리를 만들고 담당자를 정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흔적은 엿보인다.
정치인의 이미지 전담 팀은 외국 ,특히 미국에서는 낯설지 않다. 사진 혹은 영상기자 출신이 팀장을 맡아 주어진 상황이나 현장에 맞는 적당한 이미지를 준비한다. 텍스트 뿐 아니라 이미지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세팅된 이미지로 대중을 속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적절한 이미지는 신세대에게 텍스트보다 더욱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면 이미지와 관련한 방법을 가능한 모두 동원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우리나라에서 이미지에 민감한 직업 중에 하나다. 정치인의 연륜은 이미지에 대응하는 면을 보면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햇수에 비례한다. 그동안 이미지는 개인적인 감각에 의존했다. 하지만 지금은 후보 개인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미지에 대한 조직적인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기록의 도구로만 치부되던 이미지가 점차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이미지보다는 텍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해온 우리나라에서 이제 이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야기로만 전달되던 생각과 정책에 적절한 이미지가 더해져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또한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소통을 하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처럼 이념과 정책에 대한 검증이 중요한 사회에서 대선에서 이미지가 중요한지 안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답은 없다. 앞으로 두 후보의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질 지도 대선 구도에 적지 않은 영항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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