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는 지난 17일 전형을 벗어난 선거벽보(포스터)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대부분의 선거 포스터들이 후보의 얼굴을 부각시는 것과 달리 상반신이 모두 드러나는 사진을 썼기 때문.
짧은 시간 안에 유권자들에 ‘깊은 인상’을 심어줘야하는 후보들은 간혹 파격적 포스터를 내걸기도 한다. 역대 선거 벽보 가운데 크게 화제 됐던 포스터들을 모아봤다.
선거 포스터계의 '레전드'(전설)로 꼽히는 인물은 자유한국당의 조경태 의원이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누드’라는 파격적인 콘셉트의 포스터를 내놨다. 27세의 젊은 나이었던 그는 "감출 것 없는 정치. 거짓 없는 정치. 젊은 용기로 시작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선거에서 그는 낙선했지만 이름을 크게 알리는데는 성공했다.
15대 총선에서 ‘알몸 포스터’를 내놓은 후보는 조경태 후보뿐이 아니다. 무소속 이상일 후보는 한술 더 떠 아이를 안고 웃통을 벗은 차림으로 사진을 찍었다.
민주공화당의 허경영 총재도 포스터로는 빠질 수 없다. 그는 15대 총선에서 자신의 혁명공약을 깨알 같은 글씨로 포스터에 빼곡하게 채웠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승복 차림의 후보가 등장해 크게 화제 됐다. 당시 호국당 김길수 후보의 포스터는 흔치 않은 승려 출신 후보라는 점을 강조, '불심으로 대동단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 포스터는 당시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 나온 궁예를 연상케 해 포스터에 눈가리개가 그려지는 낙서수모를 면치 못했다. 또 무수한 패러디를 양산했고, 슬로건은 지금까지도 유행어로 쓰이고 있다.
16대 총선에서 민주국민당 최성권 후보는 추장 복장의 사진을 포스터에 썼고, 최광 후보는 당시 큰 인기를 끌던 MBC드라마의 ‘허준’을 패러디 했다.
17대 총선에서는 자민련 소속으로 출마했던 뮤지컬 배우 곽민경이 돋보였다. 그는 조선왕비의 궁중의상을 입고 포스터를 촬영했다.
녹색사민당으로 출마한 한상관 후보는 '발명가' 경력을 살려 발명대왕이라고 쓰인 트로피를 들고 포스터 사진을 찍었다.
20대 총선에서도 길이길이 남을 포스터가 등장했다. 바로 “박근혜 잡을 저격수”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국민의당 권은희 후보다. 그는 군복에 소총을 든 차림으로 포스터를 찍었다. 당시 인기가 높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었으나 ‘대통령 저격’이라는 콘셉트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고, 당차원에서 사과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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