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朴 前대통령 취임사서 ‘문화융성’ 거론 뒤 문체부에 해석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8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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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문화융성’을 거론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그 의미를 해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국민대 석좌교수)은 28일 서울 중구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 정책’ 토론회 기조 발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날 토론회는 지역별 문화재단의 모임인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공동주최했다.

유 전 장관은 “‘문화융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그 후 이 단어에 대해 해석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와 문체부가 나름대로 해석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 가운데 문화융성, 경제부흥, 국민행복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의논해 설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날 유 전 장관은 “문화를 통해 행복하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목표는 잘못되지 않았지만 진정성이 부족했고, 목표에 어울리는 방법과 절차를 채택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했던 유 전 장관은 정권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실행한 것은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이 자기편을 지원한 건 과거부터 있었던 일인데 왜 이번에만 문제 삼느냐는 의견이 있다. 분명히 말하건대 자기 돈이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범죄행위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몰래 지원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적인 조직을 이용해 아주 떳떳하게 자기편에게만 공적인 재원을 나눠줌으로써 권력을 사유화했다. 이는 범죄다”고 비판했다. 또 “문체부 실무자는 예술인들에게 사과했는데 우리 사회 지도자는 한 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한 적이 있느냐.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현직 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중요한 행사인데, 장관이 공석이라 어쩔 수 없이 전직 장관이 참석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기관장이 없는 단체가 많은데 오히려 조직이 더 잘 돌아가는 이상한 상황이다. 김영산 문화예술정책실장에게 들으니 다른 어느 때보다 문체부가 잘 돌아가고 있고, 내가 있을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내가 이러려고 장관을 했나 자괴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유 전 장관은 행정기관이 정책을 만들면 문화재단은 집행하고, 민간 전문가와 단체는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수직적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 관련 주체들의 역할과 권한을 분산하고 수평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지원을 할 때도 시설이 아닌 사람에게 중점을 둬야 하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원칙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갑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재단과 예술가 등은 수평적 관계를 맺고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술가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유 전 장관은 “예술가들이 공기 먹고, 땅 파 먹고 사는 게 아니다. 나도 재능기부를 해 달라고 요청한 뒤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던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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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전국 지역 문화재단의 모임인 “한국광역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새 시대 문화 정책 토론회에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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