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결과적으로 어린이와 중고교생들로 하여금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이 자신들을 위해 일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1일 전국 초중고교생 1000명을 대상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실시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 줄 것 같은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을 꼽은 학생은 18명에 그쳤다. 응답자의 1.8%만이 대통령을 믿음직하다고 생각한 셈이다. 그동안 비슷한 여론조사에서 순위가 거의 바닥권이었던 국회의원조차 2.4%로 대통령보다 높았다. 응답자의 47.8%는 부모님이 자신들을 가장 위한다고 봤고 선생님(7.6%)이 그 뒤를 달렸다.
○ “대통령? 연예인과 비슷한 느낌”
서울 강동구의 초등학생 김현우(가명·12) 군은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분인 것은 알지만 우리를 위한 사람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군은 “TV에 나오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며 “가수나 탤런트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김 군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줄 것 같은 사람’으로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을 꼽았다. 대통령은 아예 선택지에 없었다. ‘가장 도움을 줄 것 같은 어른’에서도 대통령은 최하위였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행복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인물’ 1순위로 대통령(40%)을 꼽았다. 정치인이 그 다음(13.4%)이었다. 가장 믿음직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들이 잘해야 사회와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은 공통으로 가지고 있었다.
인천 부평구의 중학생 유미연 양(15)은 “지난해 최순실 사태 등을 접하면서 정치인, 특히 대통령이 그다지 올바른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깨끗하고 올바른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부끄럽지 않은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최순실 사태’가 부정적 인식 높여
서울 노원구의 고등학생 허지현 군(18)은 “대통령을 떠올리면 부정부패가 연관 검색어처럼 생각난다”고 답했다.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이만큼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허 군은 “최근까지 감옥에 간 대통령에 관한 얘기가 계속 TV에 나오는 걸 보니 부정적인 생각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가장 큰 덕목으로 ‘도덕성’(32.3%)을 꼽았다. 국민과의 소통(20.5%), 인간성(12.3%), 청렴함(11.7%), 공약(9.8%) 등이 뒤를 이었다. 중고교생 7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투표권을 가진 어른들에게 ‘정직한 사람’(10.9%), ‘청렴한 사람’(8.7%), ‘공약을 잘 지키는 사람’(5.8%)을 뽑아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 김혜은 대표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을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어린 학생들은 직관적으로 느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대선을 통해 뽑히는 새 대통령은 부정적인 뉴스가 주를 이뤘던 최근의 상황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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