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드 지렛대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공식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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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드 청구서’ 파장… 맥매스터 “비용 재협상” 발언번복 왜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 내용을 번복하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외교안보 참모들 간의 독특한 소통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지금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과는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사전 협의나 고민 없이 일단 자신의 생각을 트위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방적으로 밝히면 참모들이 사후에 주워 담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군인답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대통령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김 실장과의 통화에는 없던 사드 비용 재협상 카드를 꺼냈다. 10억 달러에 이르는 사드 비용을 한국이 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자신의 입장을 맞췄음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한목소리로 맥매스터 보좌관의 재협상 카드를 반박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간 이뤄진 합의를 지킨다는 것에 방점이 주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만나 사드 문제가 그동안 어떤 경위를 거쳐서 협의되고 합의가 있었는지 설명을 했고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분명히 알려줬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발언에 나타난 백악관의 전략은 사드 비용 문제를 지렛대 삼아 내년 말로 예정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서 한국의 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9000억 원가량인 한국 측 분담금을 올려놓으면 당초 주한미군이 부담하기로 한 사드 운영비용(연간 250억 원 추산)을 여기서 조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은 한국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 요구에 나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럽 국가들에 나토 분담금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2% 조건 충족을 요구했다가 여의치 않자 먼저 북핵 이슈가 걸린 한국을 1순위로 치고 나왔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국의 주한미군 분담금을 증액한 뒤 이를 사례로 다른 동맹국들을 독촉할 것이란 이야기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달 30일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동맹이든 한국, 일본이든 전 세계 나라(동맹과 파트너)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해 트럼프와 맥매스터에게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사드와 같은) 특정 무기 체계의 운용을 염두에 두고 하지 않는다”며 “주한미군의 방위 기여도와 한반도 안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수준에서 책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조차 트럼프 행정부의 우왕좌왕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동맹국들이 때로는 트럼프의 말보다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불안해하는 한국 등 동맹국들을 향해 ‘말만 그렇지 행동은 당신들의 편’이라고 다독이는 셈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
#사드#재협상#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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