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의원 12명이 어제 유승민 후보 사퇴와 보수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집단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미 탈당한 이은재 의원에 이어 금명간 황영철 의원 등 한두 명의 의원이 추가로 탈당하면 1월 24일 출범한 바른정당은 100일도 못 돼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이들은 당시 창당선언문에서 “새누리당을 망가뜨린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새롭게 출발한다”며 ‘개혁보수’를 내세웠다. 그랬던 사람들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을 버리고 떠나 최소한의 정치 도의마저 저버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은 어제 탈당선언문에서 “정치 경제 안보가 위급하고 중차대한데 이런 상황에서 보수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명분은 보수대통합이지만 속내는 내년 지방선거와 3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바른정당 간판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계산에 따른 것이다. 탈당 의원들은 당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에 목을 매고 있다가 무산된 뒤 우왕좌왕해 왔다.
바른정당 사무총장이었던 김성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소추인단 단장이었던 권성동, 바른정당의 입 역할을 했던 장제원 의원 등은 새누리당을 먼저 탈당해 당에 남아 개혁을 추진하겠다던 유 후보를 설득하는 등 탈당을 주도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폐족(廢族·벼슬할 수 없는 족속)이 될까 봐 새누리당을 빠져나왔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자당(自黨) 후보의 지지율이 미미하자 난파선에서 탈출하듯 뛰쳐나갔다. 이런 사람들이 ‘책임지는 보수’를 내세웠으니 기막히다.
홍 후보는 선거에서는 지게 작대기라도 필요하다며 친박계 의원들을 껴안더니 이번엔 바른정당 의원들도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러나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은 “벼룩도 낯짝이 있다”며 “복당을 희망하는 의원 중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했다.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겠다며 당을 나간 의원들이 도로 복당(復黨) 심사를 받을 처지가 돼 자칫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과 다른 소신을 피력했다고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양지만 찾아다니는 웰빙 체질 의원들이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후보를 버리는 행태야말로 진짜 ‘배신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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