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의 인사이트]문재인의 공감 능력을 보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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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해 논설위원
최영해 논설위원
송영길 문재인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 “국가 예산과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누가 못하느냐.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했을 때 문재인 후보의 반응은 “후보는 나”라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초기인 2월 8일의 일이다. 상대 후보도 아니고 선대본부장이 걱정하며 한 말인데 문 후보가 딱 잘라 일축하는 반응이 의외였다. 그때 문 후보가 “경제를 잘 아는 송 본부장이 공약의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일자리 공약 송영길에게 맡겼다면

그랬다면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를 따져 묻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며 불쑥 짜증을 내는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테고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TV토론에서 사과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81만 개 중에서 공무원 일자리는 17만 개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정부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 문 후보는 TV토론 때마다 공격을 받아야 했다. 유 후보로부터 “세금으로 만드는 거라면 나는 300만 개라도 만들겠다”는 비아냥거림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일자리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인상 방침을 정해놓고도 공약집에서는 슬쩍 빼는 꼼수를 부릴 필요도 없었다.

문재인은 원래 소통이 원활한 사람이었다. 참여정부 초기엔 노무현 청와대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맡으면서 청와대 출입기자들 전화를 일일이 받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중엔 기자들 전화가 쇄도하는 바람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대변인에게 충분히 설명해 줬으니 이해해 달라”며 통화 시간을 줄이기는 했지만 그는 기자들에게 매너 있는 수석으로 기억됐다.

그런 문재인이 왜 여유가 없어졌을까.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북한인권결의안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하다가 급기야 송 전 장관을 검찰에 고발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장과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논의한 사이가 아니던가. 검찰에 가져갈 일이 아니라 송 전 장관과 테이블에 마주 앉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그의 소통과 공감 능력에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의혹도 마찬가지다. 의혹을 제기하는 의원 이름을 검찰 고발장에 올리고 “마, 고마해”라는 농(弄)으로 입을 닫을 게 아니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1위 주자로서 도리가 아닐까.

검찰에 가지 말고 소통해야

문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때인 2015년 12월 8일 관훈토론회에 연사로 초청된 적이 있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를 맞아 뇌사 상태에 빠진 것에 항의한 민중총궐기 1, 2차 시위가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시위에 참여한 것이 오히려 사태를 격화시킨 게 아니냐고 묻는 사회자와 언쟁을 벌였다. 문 대표는 몇 차례나 ‘편파적인 질문’이라고 주장했고 ‘질문 자체를 거둬 달라’고까지 요구했다. 온갖 까칠한 질문이 쏟아지는 것이 오랜 전통인 관훈토론회에서 문 후보의 흥분된 토론 태도에 적잖은 참석자들이 당혹스러워했다.

대선 후보 검증은 아무리 세게 해도 지나친 법이 없다. 불통(不通) 박근혜 정부 탄생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참사도 따지고 보면 검증 실패에서 비롯됐다. 검증 시간이 태부족한 조기 대선이다. 문 후보가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검증 때 끝까지 밝히지 않은 것은 청와대에 들어가서라도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면 한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문재인#송영길#문재인캠프#일자리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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