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비난’ 선전전에 동원된 北의 가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누나-남동생, CNN인터뷰 등장 “짐승보다 못한 인간” 목청 높여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55)의 가족들이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를 ‘짐승보다도 못한 더러운 인간’이라며 맹비난했다. 북한 당국이 가족과 외신을 동원해 태 전 공사와 대남 비난 선전전에 나선 것이다.

3일(현지 시간) 방송된 인터뷰에는 태 전 공사의 누나 태옥란 씨(57)와 남동생 태영가 씨(53)가 등장했다. 누나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눈물을 글썽이며 “모든 가족이 그(태 전 공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동생은 “그는 이제 남조선의 선전도구로 전락했고, 우리 가족에게 수치만 안겼다”며 “그와 절연한 것은 물론 그의 이름을 가족 묘비에서도 지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북한 체제 선전과 충성맹세도 잊지 않았다. 누나는 “남한 망명자 가족이 노동수용소에 보내진다는 소문은 거짓 선전”이라며 “가족 중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생은 “그가 스스로 이 죄를 씻을 수 없다면 나의 아들들과 후손들은 이 죄를 갚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야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 동지는 계속 전진하고 있고, 핵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CNN은 “남매 인터뷰는 북한에 의해 주선됐다”면서도 “두 사람(태 전 공사의 동기)은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터뷰 자체가 북한 당국, 특히 노동당 선전선동부에 의해 기획됐으며 발언 내용도 철저히 조율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태영호#망명#북한#대사#선전전#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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