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을 뽑는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의결 이후 꼭 5개월,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로는 2개월 만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둘러싸고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됐고, 국가 리더십의 장기 공백 속에 외교·안보·경제 위기에 방치돼 있었다. 우리가 뽑을 새 대통령은 이런 갈등과 위기를 넘어 미래를 열어야 한다.
선거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열망을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실천하는 기회다. 투표를 통해 나의 미래뿐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앞날을 새롭게 만들어 간다.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자 의무다. 지난주 이틀간의 사전투표에는 이미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이 투표를 마쳤다. 나머지 상당수 국민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했을 것이다. 내 한 표가 후회를 남기지 않는, 보다 나은 선택이 되도록 냉철하게 ‘선거 이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새 대통령은 모레 아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결과 확정 발표 즉시 직무를 수행한다. 정권 인수기간도 없다. 당장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갈 판단력과 능력, 자질을 갖춘 지도자여야 한다. 물론 만능 대통령은 없다. 최소한 국민을 편 가르고 반대자에게 모진 협량(狹量) 대통령, 과거에 매몰돼 미래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 대통령, 위기에 갈팡질팡 흔들리는 갈대 대통령이어선 안 된다.
이번 조기 대선을 만든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근원은 대통령의 독단과 폐쇄성, 전근대적인 국정 운영 방식에 있었다. 새 대통령은 열린 마음으로 청와대와 정부, 국회, 그리고 여야 간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선거 동안 후보들은 ‘통합’ ‘협치’를 외쳤지만 실상은 ‘누구누구는 안 돼!’의 다른 말이었다. 모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통합을 이룰 진정성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지난 몇 개월간 한국은 공갈치는 북한과 벼르는 미국, 몽니 부리는 중국, 호들갑스러운 일본에 둘러싸인 채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한국이 빠진 채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는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됐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청년은 일자리를 못 구하고, 미래 먹거리도 창출하지 못한 채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구조조정 지연과 구조개혁 실패로 중병 든 한국 경제는 거센 보호무역주의 물결에 휩쓸릴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는 게 리더의 사명이다. 적임자는 누구일까. 선택의 어려움을 겪을 때는 다가올 미래를 몇 가지 시간대로 나눠 내다 보면 의외로 결정이 쉬워진다. 각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앞으로 10일, 10개월, 10년 뒤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지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새 대통령은 열흘 뒤 지역·이념·정파를 떠나 인재가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된 통합의 정부를 만들고, 4강 정상들과 핫라인을 통해 위기 극복 방안을 긴밀히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열 달 뒤엔 잘 짜인 미래 청사진 아래 일자리·경제개혁·복지 등 각 분야를 독려해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래서 10년 뒤 한국이 통일을 앞둔 평화국가, 세계 5위권 혁신국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 복지국가로 만드는 기틀을 닦을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 오늘 하루 곰곰이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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