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튀어나온 트럼프-김정은 회동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0일 03시 00분


日언론 “美, 北핵포기 조건 회담 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 핵 포기를 조건으로 북한 김정은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일본 언론이 잇달아 보도했다. 정작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보도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김정은을 미국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도 하지 않을 방침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4가지 노(No)’라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고 △38선을 넘어 북한을 침공하지 않으며 △남북통일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제안을 받고 미국에 대북 경제원조 등을 촉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앞서 교도통신도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미국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제안을 중국에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 측에 “일본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 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적인 제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싱턴에선 북-미 대화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더 많은 만큼 당장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8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야욕을 멈추게 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시점이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적절한 환경이 되면 김정은과 영광스럽게 만나겠다”고 밝힌 만큼, 북-미 간에 실제로 무언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전통적인 외교 문법을 파괴하고 있는 트럼프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도 제대로 모른 채 얼마든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워싱턴 외교가에선 없지 않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0억 달러 청구서, 김정은과 대화 가능성 발언 등에서 보듯 트럼프는 최측근 참모들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지르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협상 전략을 구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엔 일본 정부와 언론을 통해 김정은의 속내를 떠보는 기습 카드를 꺼내들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선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과 수잰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 연구원 등 미국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트랙 2’(민관) 회동이 열리고 있다. 과거처럼 국무부는 “트랙 2 회동은 미 행정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전문가들이 최 국장과의 회동 결과를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만남의 성과에 따라 북-미 대화 모드가 한동안 이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일본 언론 보도를 일축하면서도 자칫 우리가 배제된 채 북-미 간 모종의 ‘탐색적 대화’가 진행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가 이날 “한미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북한 문제와 관련한 빈틈없는 공조를 지속해 오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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