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9일 오후 10시 35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 나타났다.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상황을 지켜본 뒤였다. 안 후보는 당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고맙다”, “수고했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 관계자들은 안 후보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지만 대선 패배로 인한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안 후보는 쉰 목소리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엔 많이 부족했다”며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고맙다”고 짧게 대국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은 10일 오후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열고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지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에서 (패배에 대해) 분석할 것은 분석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며 “안 후보와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 후보직 사퇴를 포함해 두 번째 대권 도전에 실패하면서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다만 현재로선 안 후보가 정계 은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안 후보가 이날 패배를 승복하면서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한 안 후보는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안 후보는 정치적인 고비 때마다 휴지기를 가졌다. 2012년 대선 당일 미국으로 출국해 이듬해 4월 재·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82일 만에 귀국했고 2014년 7월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서 물러난 뒤에도 두 달여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안 후보의 나이가 올해 55세라는 점을 들어 향후 정치 경험을 보완하면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안 후보가 ‘연대론’ 대신 ‘자강론’을 고집하다 패배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안 후보의 당내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향후 국민의당의 정치적 입지와 상황도 안 후보가 재기하는 데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 여파로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박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10일 즉각 사퇴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지도부 사퇴로 인한 공백을 막기 위해 주승용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거나 손학규 전 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 등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에 흡수 통합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당분간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있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3당 체제 정립을 내걸고 창당됐는데,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국민의당은 과거 한집안이었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국정 운영에 일단 협력은 하되 차별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른 정계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시기에 안 후보가 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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