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세율 올리고 법인세 인상도 저울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3시 00분


[문재인 시대 한국경제]세제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함께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增稅)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먼저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향후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체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달하는 소득세 면세자 비율 축소는 공약에서 제외돼 문 대통령 임기 내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약을 이행하는 데 연평균 35조6000억 원이 들어간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예산 절감으로 연 22조4000억 원, 세입(歲入) 개혁으로 13조2000억 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씀씀이를 아끼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 가계부’에서 드러났듯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 先 부자 증세 後 법인세 인상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대표적인 세제 개편안은 소득세 및 법인세 세율 인상이다. 당장 올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이를 구체화하는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는 이미 문 대통령 공약에 대한 ‘세수 시뮬레이션’을 상당 부분 마친 상태다.

소득세는 최고세율과 과세표준을 조정해 고소득자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세법은 과표 5억 원 초과 구간에 소득세율 40%를 적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바꿔 과표 3억 원 초과 42%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조정해 5년간 6조2000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자는 등의 증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의 세금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 인상을 통해 추진된다.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할 때 적용하는 공제율(산출세액의 7%)을 3% 안팎으로 낮추고 대기업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율(20%)을 높이는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은 일단 후순위로 돌렸다. 문 대통령은 공약에서 “재원이 부족할 경우 법인세 최고세율을 원상 복귀하겠다”며 세율 인상에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법인세율 인상은 정부가 언제라도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긴장감은 당분간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자 증세’ 둘러싼 갈등 나타날 수도

세율을 높이는 게 부담스럽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고소득 법인의 법인세 최저한세율(기업들이 최소한 내야 하는 세금) 상향 조정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과표 1000억 원 초과 기업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17%에서 19%로 올리면 5년간 4조5000억 원을 걷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대부분 국가에서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오히려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증세안이 대부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담세(擔稅) 능력이 있는 데다 ‘가진 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자’는 주장이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먹혀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근로소득자 중에서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2015년 기준 46.8%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증세 우선순위에 대한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일단 50%에 달하는 소득세 면제 비중은 납세의 의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새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려면 부자들뿐만 아니라 서민들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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