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동맹 뿌리박은 새 대북정책 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2)-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오전 북한군 동향과 우리 대응 태세에 대한 합참의장의 보고를 받는 것으로 직무를 시작했다. 취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며 미국·중국·일본 방문 의사를 밝혔다.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했다. 첫 인사에서는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때 핵심 역할을 한 대북통을 국가정보원장으로 지명했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도 “조건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햇볕정책의 귀환’을 예고한다. 외신에선 문 대통령 성(姓)을 딴 ‘달빛정책(Moonshine Policy)’이라는 작명도 등장했다.

지난 5개월 대한민국 대통령의 빈자리는 컸다. ‘한국 실종 사태’는 이제 끝났지만 위기는 잠복했을 뿐이다.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코앞에 다가온 현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급하다. 새 대북정책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야말로 선제타격에서 정상회담까지 언제든 순식간에 전환할 수 있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문 대통령 임기 내내 북한 위기는 상수(常數)가 될 수밖에 없다. 외신에서는 압박보다는 대화를 우선시하는 문 대통령의 성향 때문에 한미가 대북정책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on collision course)는 경고도 나온다. 패권국 미국과 도전국 중국 간 충돌 지점에 있는 한국은 친미(親美)냐, 친중(親中)이냐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지정학적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는 크게 호전되고 압도적 군사력은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외교안보의 기본 축은 한미동맹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처럼 ‘동북아 균형자’를 자처하다 미국의 불신을 자초해선 안 된다. 동맹의 기반은 ‘공유된 이익’이다. 다만 양국의 국익이 100% 일치할 수는 없다. 힘의 불균형이 큰 한미 간엔 더욱 그렇다. 국익이 어떻게 중첩되고 어떤 편차가 있는지 따져보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

그 첫 시험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일 것이다. 선거 막바지 트럼프 대통령이 불쑥 1조 원의 청구서를 내밀어 문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되는 역설적 상황도 있었지만 이 문제의 처리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선점한 상태지만 친밀한 관계 구축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대외관계도 일종의 거래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다행히 지금 미중 간에는 북핵 해결을 위한 유례없는 공조관계가 형성돼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한 전략적 소통 과정에서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보복 철회를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을 공약했지만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한일관계 역시 최우선 선결 과제인 북핵 해결 과정에서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런 주변국과의 관계를 조율하면서 사실상 재구성해야 한다. 그 목표는 북핵·미사일 폐기여야 한다. 대선공약집에 나타난 대북정책은 ‘단계적 포괄적 접근으로 과감하고 근원적인 비핵화 추진’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 활용해 비핵화 견인’처럼 전혀 구체화되지 않은 단어의 나열일 뿐이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 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그 이면에 ‘햇볕정책의 복귀’ 내지 ‘햇볕 버전2’가 깔려 있다.

햇볕정책은 북한 핵·미사일 강화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에 햇볕이 깔려 있다고 해도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혁신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의 우월적 지위가 언제까지 갈 것이냐’는 질문을 각계 전문가들에게 은밀히 던져 얻어진 결론을 토대로 한미동맹을 최우선순위에 뒀다. 문 대통령은 이제 수많은 고급 정보를 접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표 대북정책을 새로 입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한미동맹#대북정책#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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