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홈페이지(문재인닷컴)를 통해 야구와 관련된 ‘대선 참여리그’ 이벤트를 진행했다. 유권자가 대선 투표를 권장하거나 투표를 인증하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응원하는 프로야구 팀을 선택하도록 했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팀에 포인트가 쌓이는 방식이다. 이벤트 화면 한가운데에 ‘문재인의 생애 첫 시구는?’이라는 문구를 달아 놓았다. 대선 참여리그에서 광주 연고의 KIA가 5217점을 얻어 서울 팀 LG(3181점)를 제치고 1위를 했다. 광주(61.1%)는 대선 투표에서 전북(64.8%) 다음으로 문 대통령의 득표율이 높았던 곳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연고 지역 중에서는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야구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홈페이지에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유니폼을 입은 채 야구 방망이를 어깨에 걸친 이미지 컷도 올려놓았다. ‘축구 굴기(굴起·우뚝 일어섬)’를 강조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축구광, 골프장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프 애호가라면 문 대통령의 ‘넘버1 스포츠’는 야구다.
문 대통령은 5년 전 야구 관련 사이트에 글을 올려 자신이 야구 마니아임을 직접 밝혔다. 당시 ‘동네야구 4번 타자 문재인 인사드립니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야구 명문 경남고 출신임을 언급한 문 대통령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야구 마니아입니다. 경희대 재학 중 학년 야구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이 정도면 문재인도 야구 사이트 회원 자격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썼다.
문 대통령은 허구연 해설위원, 김용희 전 SK 감독, 이대호(롯데),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송승준(롯데) 등을 경남고 동문 선후배로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경남고 후배인 전설적인 투수 ‘무쇠팔’ 최동원(1958∼2011)이 1988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추진할 당시 법률 자문역을 맡아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선수협의회 구성을 외치다 (구단의) 눈 밖에 나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 미력하나마 도움을 드렸다”며 당시 역할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이력 때문인지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을 도운 야구인이 많았다. 해태(KIA의 전신)와 삼성 감독을 지낸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과 김성한 전 KIA 감독, 박정태 전 롯데 2군 감독, 송진우 전 한화 코치 등은 유세 현장을 직접 찾아 지원했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롯데의 스타 치어리더 박기량 씨도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문 대통령의 야구 실력은 어땠을까. 사법연수생 시절 동호회 팀에서 4번 타자로 활약했다고 밝힌 문 대통령은 ‘야신’ 김성근 한화 감독한테서 실력을 칭찬받기도 했다. 2012년 당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사령탑이던 김 감독은 문 대통령의 캐치볼과 땅볼 수비 모습을 보고 “30년 만에 해 본다는데 잘하신다. 자세가 나온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웬만해서는 상대방 기분 맞춰 주는 얘기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고양 원더스 운영팀에 있다 지금은 자리를 옮긴 노춘섭 프로야구 kt 스카우트 팀장은 당시 문 대통령의 배팅과 수비 모습을 떠올리면서 “폼이 나오더라. 야구를 좀 하셨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너무 잘해 놀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스포츠 복지 국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스포츠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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