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한 첫날인 10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짐 팩(백지선) 감독과 마주 앉았다. 개인적으론 아이스하키 문외한이지만 한국을 미국, 캐나다 등과 겨루는 세계 1부 리그에 진입시키는 기적을 만든 리더십에는 뭔가 대한민국 위기 극복 메시지가 있다는 감(感)이 들어 직접 만났다.
글로벌 인재들을 융합하라
1시간여 대화를 나누며 백 감독 자신과 박용수 코치, 7명의 귀화 선수와 국내파 선수의 콘크리트 같은 ‘인적 융합’이 놀라웠다. 미국 실리콘밸리 성장도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는 인적 융합이 있어 가능했다. 새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지만 출발은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다. 새 정부에선 글로벌 인재풀을 가동해서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했으면 한다. 권력내부 파벌과 패거리문화, 승자독식주의, 민족순혈주의를 넘어 국제 감각과 경험을 갖춘 다국적 인재들을 널리 쓰자는 말이다. 백 감독의 영입도 나라 밖까지 상상력을 넓힌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올림픽 준비기획단장 때문에 가능했다.
집채만 한 몸집의 백 감독이 “매번 경기가 끝날 때마다 눈물이 나서 혼났다”며 기자 앞에서 눈자위가 붉어질 때에는 진정성이 진하게 느껴졌다. “당신만의 리더십 비결을 한 단어로 하면 뭐냐”고 했을 때 그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다. 이른바 소통인데 그는 이것을 프로세스(과정)가 아닌 ‘롤 플레이(역할 수행)’로 바라보는 게 신선했다. 그의 말이다. “감독, 코치는 선수 하나하나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심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덧붙여 감독 코치 선수 사이사이에 경계가 있어야 한다. 격식을 파괴한다고 이를 침범(cross)해선 안 된다.”
하지만 진정성, 믿음, 상호존중에 대한 밑바닥에는 탄탄한 실력이 깔려야 한다. 그의 훈련방식은 일단 세부전술을 담은 시스템북을 만들어 공유하고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한 뒤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 식이다. 큰 마스터플랜을 갖되 선수보다 더 철저한 준비를 하며 훈련을 ‘일방적 명령’이 아닌 ‘배움과 성장의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리더를 거스를 선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또 다른 모토는 ‘스텝 바이 스텝’이었다. 한꺼번에 당장 바꾸는 게 아니라 단계를 나눠 조금씩 바꿔간다는 점에서 ‘마이크로 매니징(미시 관리)’이란 표현도 썼다.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 있다
“체구가 작은 한국인에게 아이스하키는 잘 맞지 않는 운동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한국 선수들은 몸은 작아도 스피드, 승부 도전 근성, 집념과 오기가 있다. 쇼트트랙이나 양궁 골프처럼 한국인에게 매우 유리한 운동”이란 예상외의 답이 돌아왔다. 남들이 결점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장점으로 바꿔보는 역발상이 그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이었다.
경제 분야도 깊이 들여다보면 분명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 분야가 의외로 많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도체를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한국인의 기질과 잘 맞는 분야다. 기술 주기가 짧아 스피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문화는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동력이다.
경제나 스포츠나 정치에서 ‘인터내셔널(international·국가 간 관계)’이 ‘글로벌(global·지구촌)이란 말로 대체된 지 오래다. 국가방략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때, 아이스하키 팀이 던지는 글로벌 인재 융합과 정교한 소통의 리더십, 장점을 살리는 ‘선택과 집중’의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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