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부임한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공기업 특유의 인사 문란 등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파격적 시도를 했다. 여성을 인사부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신의 한 수였다. 이 전 사장은 “여자를 인사부장으로 앉히자 여기저기서 동문회 향우회 등 남자가 중심이 된 파벌이 툭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고 회고한다. 이 인사부장이 현재 명지대 경영학과 노정란 교수다.
▷나이 고향 학교 등의 공통분모를 탐색하고 몇 사단에 근무했는지를 알아내서라도 서열을 정하는 게 남자의 속성인지 모르겠지만 연고주의는 분명 봉건사회의 유산이다. 한국사회의 4대 연고는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관연(官緣)이다. 형님, 동생 하며 한통속으로 돌아가는 사적 연고가 공조직을 오염시키는 게 인사비리다. 반면 이유가 무엇이든 지연과 학연 네트워크에는 잘 끼이질 못한다는 점에서 여자는 인사담당자로서 경쟁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재임 기간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외하고 여성으로는 윤진숙 조윤선 두 사람만을 장관으로 발탁해 여성계를 실망시켰다. 여성 리더는 자신 하나로 충분하다는 뜻이었을까.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인사수석을 부활하고 첫 인사수석에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임명한 것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인사수석의 신설 자체가 다양한 인재를 널리 뽑겠다는 취지라면 그 자리에 여성을 발탁한 것은 사적 인연에 기대지 않은 공정한 인사로 남녀 동수내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국책기관과 시민단체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조 수석은 노무현 정부 말기 문재인 비서실장 아래에서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내 인사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정찬용 인사수석은 인물로는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정부 자체는 아마추어리즘과 자기 사람만 쓰는 이른바 ‘코드 인사’로 실패하고 말았다. 조 수석이 노 정부의 실패를 거름으로 삼고 공정하고 섬세하다는 여성의 장점을 활용해 인사로 성공하는 정부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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