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1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을 조사했던 대통령민정수석실과 검찰에 강한 불신과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바람에 국정 농단 사태가 초래됐다는 게 조 수석의 생각이다.
조 수석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출발은 정윤회 문건”이라며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존재를 밝혀내 경고하려 했던 민정수석실 공무원들이 도리어 처벌을 받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민정수석실과 검찰 책임자들이 벌을 받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 검찰 부실 수사 논란
정윤회 문건은 박관천 전 경정(51·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2014년 1월경 정윤회 씨(62)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대통령비서관)’ 등 이른바 ‘십상시(十常侍)’의 동향을 작성한 문건이다. 박 전 경정은 이를 당시 직속상관인 조응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5·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고했다.
이 문건에는 ‘강원도 홍천에 은거 중인 정윤회 씨가 매달 2일 상경해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십상시와 모인다. 정 씨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 동향 등을 보고받고 국정 운영을 지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문건에는 최순실 씨와 관련해 ‘(정 씨는) 고 최태민 목사의 5녀 최순실의 남편’, ‘정 씨는 부인 최 씨와 별거한 바 있다’고 적혀 있었다.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가 이 문건을 처음 보도하자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경찰관 2명이 박 전 경정이 청와대를 떠나며 불법 반출한 문건을 훔쳐 세계일보에 넘긴 사실을 확인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이 문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59)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경정을 기소했다. 검찰은 2015년 1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건 내용의 진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발표했다. 비선 실세의 실체나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수사 결과는 없었다.
결국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비선 실세’ 최 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정윤회 문건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 특검이 수사 맡을 가능성
조 수석은 2014년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50)이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과 ‘문고리 3인방’ 등과 짜고 최 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당시 민정수석실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검찰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게 조 수석의 시각이다.
조 수석은 “재조사 범위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관련된 진실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를 거친 뒤 고발이나 수사의뢰 등을 통해 강제 수사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특별검사가 수사를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선 조 수석의 재조사 방침에 대해 “민정수석은 수사 지휘를 하면 안 된다”고 밝힌 조 수석 자신의 11일 발언에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 수석은 12일 “국민적 의혹 사건 조사는 내 의무다. (전날 발언은) ‘잡아넣어라’ ‘풀어주라’는 식의 표적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정윤회 문건 재조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논평을 통해 “적폐 청산을 내세워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하려 한다면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