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외교통상 현안
韓-멕시코 ‘무역적자 유발국’ 지목
‘강경파’ 라이트하이저 USTR대표에 강력한 보호무역정책 추진 예고
산업부 “공식 요청 없었지만 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또다시 ‘끔찍한 협상(horrible deal)’이라고 깎아내리며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만큼 본격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보도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협상(한미 FTA)은 끔찍한 협상”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에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We’ve informed them that we’ll negotiate)”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 협상이며 재협상하거나 폐기할 것이다. 이미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일방적인(one-sided) 협상이 아닌 공정한 협상을 원한다”며 “나는 자유무역주의자다. 우리가 공정한 협상을 하게 되면 미국은 매우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인 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인터뷰가 문 대통령 취임 후 보도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만큼, 트럼프가 사실상 한국의 새 정부를 겨냥해 한미 FTA 개정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신속하고 강도 높게 추진해 이후 다룰 한미 FTA 등 다른 재협상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NAFTA로 인해 멕시코와의 무역수지 적자가 700억 달러, 캐나다와의 무역적자가 150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며 “커다란(big) 재협상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거대한(massive) 재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정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NAFTA를 종료하겠다”고 말한 뒤 “(재협상 후) 즉시 무역적자가 0으로 줄어들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0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FTA 재협상을 지휘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미 상원의 인준 투표를 찬성 82표, 반대 14표로 통과했다. 라이트하이저는 대중(對中) 강경파이자 보호무역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라이트하이저를 공식 임명하고 NAFTA와 한미 FTA 재협상을 선언한 뒤 90일간의 의회 회람 기간을 거치면 정식으로 재협상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NAFTA 재협상을 패스트트랙(fast track·빠른 경로)으로 시작하려 했는데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느리다”며 “이미 70일 전에 빠른 경로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초안을 제출했는데 USTR 대표 인준이 늦어 승인을 못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곧 본격적인 재협상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찬기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 인준안이 의회에서 가결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팀 진용이 구성됐다. 재협상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인호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전면 재협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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