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정규직 전환땐 비용 난감… ‘자회사 정규직’은 노동계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법은]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난제 첩첩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국제공항 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만 명에 이르는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국제공항 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만 명에 이르는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포했지만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에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규직 전환 방식에 따라 부담할 비용이 크게 증가하거나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어서다. 그러나 국내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첫걸음이 시작된 만큼 노사정(勞使政) 모두가 한 발씩 양보해 서로 ‘윈윈’ 하는 모델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 쟁점은 정규직 전환 방식

복잡한 문제의 핵심은 정규직 전환 방식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해당 공공기관이 직접 및 간접 고용한 비정규직을 기존의 일반 정규직과 똑같은 직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 부담은 물론이고 기존 직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실현 가능성은 낮다. 한 예로 매년 수백 대 일의 공채 경쟁률을 기록하는 인천공항공사의 지난해 신입사원 초봉은 평균 4215만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중 8년째 1위이며, 직원 평균연봉은 8853만 원에 이른다. 어렵게 입사한 기존 정규직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대안으로 ‘중규직’(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규직 내 별도의 직군(기능직 등)으로 신설해 비정규직을 특별 채용하는 것이다. 복지 혜택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보장하되 임금은 ‘직무급’을 통해 적게 주는 방안이다. 박근혜 정부도 중규직의 일종인 무기계약직을 도입해 약 8만 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마지막은 공공기관이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곳의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는 방안이다. 사측은 비용 부담을 줄이고 근로자는 고용 안정을 얻을 수 있지만 노동계 반발이 변수다. 노동계는 중규직과 자회사 정규직 채용 모두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실제로 과거 KTX 여승무원의 간접고용 문제가 공론화되자 코레일은 여승무원의 자회사 정규직 채용을 제의했으나 여승무원노조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 청년 신규 채용 감소 우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소속 △교육기관(교육청, 국립대학 등) 소속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소속으로 나뉜다.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의 경우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 때문에 추경 등으로 예산을 확보해 정규직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같은 공공기관의 셈법은 복잡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국내 공공기관 355곳 종사자 42만9202명 중 비정규직은 12만736명(28.1%)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가 정규직 전환 드라이브를 걸자 공공기관들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대폭 늘렸다. 정책의 ‘풍선효과’가 생긴 것. 직접 고용 비정규직은 2012년 4만5317명에서 올해 1분기(1∼3월) 3만7408명까지 줄었지만, 간접고용은 같은 기간 6만3117명에서 8만3328명으로 치솟았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29명에 불과하고 간접고용이 6903명에 이른다. 한국전력공사(7715명), 한국수력원자력(7054명), 코레일(6230명) 등 다른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풍선효과는 공기업의 청년 신규 채용 감소를 부를 수 있다. 취업준비생 강모 씨(26)는 “비정규직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신입사원 채용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민간 부문은 이미 가시화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6.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대기업 200곳을 조사한 결과 45곳이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신규 채용이 감소하는 풍선 효과가 생긴 것이다.

결국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가 한 발씩 양보해 정규직 전환과 청년 취업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단계적으로 정책 목표를 솔직히 밝혀서 성과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단 비정규직 남용은 안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공정한 일자리는 단계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다”라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 / 세종=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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