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박봉흠-변양균 사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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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MOFIA)는 옛 재무부의 엘리트 경제관료를 가리킨다. 재무부 영문 앞글자(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를 합친 표현이다. 이름부터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모피아에는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법대를 나온 KS 출신들이 많다. 이피비(EPB)는 옛 경제기획원(Economic Planning Board) 경제관료를 말한다. 한국 경제관료의 역사는 한마디로 모피아와 이피비, 갈등의 역사였다.

▷금융과 세제를 틀어쥔 모피아는 규제와 개입을 당연시해 시장주의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 위기관리에는 뛰어나 고비 때는 해결사로 활약했다. 모피아가 승승장구해 온 배경이다. 예산을 주무르는 이피비가 벌떡 일어선 것은 노무현 정부 때였다. 관치를 싫어한 노 전 대통령이 이피비 출신 박봉흠(69), 변양균(68) 두 사람을 대통령비서실 2대, 4대 정책실장으로 발탁했다. 박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였다.

▷박봉흠, 변양균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모두 경남 출신으로 부산에서 고교를 나왔다. 한 살 많은 박봉흠이 1973년 13회 행정고시에, 변양균은 같은 해 14회에 합격했다. 박봉흠이 기획예산처 차관과 장관을 먼저 한 뒤 변양균이 예산처 차관, 장관을 지냈다. 변양균이 차관으로 박봉흠 장관을 1년 가까이 모시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정책실장은 5개월 만에 물러났다. 박봉흠은 발병으로, 변양균은 ‘신정아 스캔들’로 사임 이유가 다를 뿐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을 ‘변양균 사단’으로 분류하지만 홍 실장은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을 비서관으로 보좌했다. 문재인 후보의 정책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에 가세한 박봉흠 변양균 두 사람이 비(非)KS(홍 실장)-비(非)고시(이 비서관)를 밀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아직은 모피아의 열세지만 경제 분야 후속 인선을 보면 이피비가 득세할지, 모피아가 저력을 발휘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모피아#mofia#이피비#epb#박봉흠#변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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