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16일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 검찰, 경찰의 보안감찰 책임자들을 소집해 “종이 및 전자 문서에 대한 무단 파쇄, 유출, 삭제를 금지하라”고 지시했다.
조 수석은 이날 주요 사정기관 감찰부서와의 상견례를 겸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조 수석이 관련 기관들에 6개월 이상의 국정 컨트롤타워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직 기강을 강화할 수 있도록 즉각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정부 부처나 민감한 부서의 경우 문서 파기가 있는 일도 있어 그 부분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의 ‘문건 파쇄 금지’ 발언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과 세월호 재수사를 시사한 상황에서 공직사회의 전(前) 정부 자료 없애기를 막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가 주요 자료를 대부분 삭제하거나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열람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부실 인수인계 논란이 커지는 상황도 고려했다는 시각이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내 온라인 인수인계 시스템에 뭔가 저장돼야 하는데 거기에 자료가 없다. 하드웨어가 텅 비어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 부서가 이런 일을 한다는 7, 8쪽짜리 업무문서뿐”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박근혜 정부가 인계한 것이라곤 고작 10쪽짜리 현황 보고서와 회의실 예약 기록이 전부였다”며 부실 인수인계를 비판했다.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의도적으로 자료를 파기했는지, 아니면 적법 절차에 따라 자료들을 대통령기록물로 넘겼는지를 파악할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자료가 없다는 것이 모두 기록물로 이관해 없는 건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경위를 파악하는 중인데, 규정 위반 등이 없었는지 엄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부실 인수인계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 청산 기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가 조사 과정에서 자료 폐기 과정의 불법이나 규정 위반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집 첫머리에 ‘적폐청산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는 상태에서 전 정부로부터 최소한의 국정 인수인계를 받지 못한 데 대해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다”며 “정부 인수인계 과정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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